우리나라는 재산세 등 조세 부과를 위해 정확한 과세표준 산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 중 하나이다. 정부는 수년 간의 부처 협의와 사회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공평 과세 실현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1989년 지가공시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토지 과세표준에 대한 부처별 산정기준 차이에 따른 혼선과 행정 낭비를 막고 재산세, 취득세 등 각종 지방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세 등 국세의 과세표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국 2,500만 필지에 대해 최초로 지가를 공시했다.
이후 정부는 공시제도를 확대해 토지뿐 아니라 주택에 대해서도 2005년부터 가격을 공시했다. 주택가격 공시제도는 주택을 다시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으로 세분하여, 공동주택은 전국의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 적정가격을 공시하고, 단독주택은 일정한 샘플(약 20만호)을 먼저 조사한 후 이를 토대로 개별주택의 가격을 산정해 공시하고 있다. 토지와 주택을 아우르는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는 과세표준 현실화, 주택가격 안정, 거래시장 투명화 등 그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이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부동산 유형, 즉 비주거용 부동산(상가, 공장 등)에까지 확대해 가격 공시제도의 완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는 그간 많은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으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부동산 유형별 가격 현실화율이 상이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가격 현실화율이란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시가 10억원 상당 부동산을 소유하였다면 그 부동산 유형이 토지이든, 단독주택 또는 공동주택이든 소유자가 부담하는 조세 수준은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공시제도의 경우 공동주택의 가격 현실화율은 높은 반면, 단독주택이나 토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어서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국민이 다른 유형의 부동산 거주자보다 조세를 더 많이 부담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부동산 유형별로 가격 현실화율이 차이가 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상품이 표준화돼 있고 거래 회전율이 높아 가격산정 기관에서 시세를 파악하기가 용이하다. 반면 단독주택이나 토지는 거래 회전율이 낮고 상품의 속성도 표준화와는 거리가 멀어 정확한 시세를 찾아내기 어려운 편이다. 부동산 유형에 따른 이러한 거래시장 특징은 공동주택 가격의 현실화율을 높게, 다른 유형의 부동산가격 현실화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시키는 역할을 했다.
정부는 토지 및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공동주택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IAAO(국제과세평가사협회)의 과세평가 기준을 보면, 과세가치의 목표 현실화율은 시장가치와 동일한 수준인 100% 내외로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가치, 즉 시세와 동일한 수준의 과세가치를 책정한 이후 지역의 재정 상태와 경제 여건에 따라 해당 과세가치에 감면이나 세율 하향 조정을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부동산 유형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일관성 있는 가격 현실화율 정립은 조세정의 실현의 초석이다. 역대 정부가 민원 증가와 표심 이탈을 우려해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했던 일을 이번 정부가 도전적으로 추진하려는 데에 지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금번 공시가격 조정을 통해 아파트에 거주하든, 단독주택에 거주하든 시장가치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하는 조세 환경이 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성훈 한국지방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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