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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필트다운인(12월 18일)

입력
2017.12.18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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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12월 18일 인류의 새 조상이라는 '필트다운인' 화석이 학계에 보고됐다. 그 화석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41년 뒤였다.
1912년 12월 18일 인류의 새 조상이라는 '필트다운인' 화석이 학계에 보고됐다. 그 화석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41년 뒤였다.

찰스 도슨(Charles Dawson)이라는 영국의 변호사 겸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1912년 12월 18일 영국 지질학회에서 새로운 원시인류 화석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4년 전 서섹스 주 필트다운(Piltdown)의 한 노동자로부터 작업 중 발견했다는 뼈 조각들을 넘겨받은 뒤 추가 발굴을 통해 두개골 화석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발표 전 그는 영국 대영박물관 지질학 담당관 아서 스미스 우드워드(Arthur Smith Woodward)에게 뼈 조각을 보여 ‘진품’임을 인증 받았다. 그 해 말 학계는 그 뼈 화석에 ‘호모 필트다우넨시스(Homo Piltdownensis, 필트다운인)’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불소연대측정법 등의 발전으로 그 뼈가 조작된 ‘작품’이란 사실이 확인된 1953년까지 ‘필트다운인’은 잃어버린 고리 즉 인류가 유인원에서 진화했다는 결정적 고고학적 증거로 널리 인용되곤 했다. 필트다운인 화석의 주요 특징은 현대인의 두개골에 비해 다소 작을 뿐 매우 유사한 진화론적 특징을 지녔고, 하악골은 어린 침팬지와 흡사했다. 당시 고인류학계의 주류 가설은 인간의 두개골이 먼저 커진 뒤 직립보행을 시작했다는 거였고, 필트다운인 화석은 그 가설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였다.

그 화석이 가짜일지 모른다는 의혹은 발표 직후부터 잇따라 제기됐지만, 가설 정합적 증거의 가치를 훼손하지 못했다. 연대상 필트다운인보다 더 늦게 진화한 베이징 원인보다 필트다운인의 두개골이 더 큰 것은 이상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묵살됐다. 3년 뒤 도슨은 다른 지역에서 두 번째 필트다운인 화석을 발견했다고 주장, 진위 논란을 잠재웠다.

위조 주장을 확증한 것도 과학이었다. 연대 측정을 통해 확인된 바, 필트다운인 화석은 중세인의 두개골 일부와 500년 남짓 된 오랑우탄의 아래턱뼈, 침팬지의 치아 화석을 조립한 거였다. 화학분석 결과 필트다운인 화석은 철과 크로뮴산 등으로 착색해 오래된 것처럼 위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작의 주범은 정황상 찰스 도슨 등으로 추정됐지만 그가 숨진 뒤여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조작이 진실로 자리잡은 배경 설명은 꽤 설득력이 있다. 프랑스 등 대륙과 달리 현생 인류 화석 발굴 사례가 없던 영국을 인류 발생ㆍ진화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하려는 국가주의적 욕망과 공명심에 부푼 일부 과학자의 취약한 윤리의식이 공모한 결과라는 것. 우드워드는 저 조작된 화석을 근거로 1948년 ‘최초의 잉글랜드인’이라는 책도 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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