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청와대 지하벙커 쓰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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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와대 지하벙커 쓰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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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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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전시 대피시설로 만들었던 것을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내부를 수리해 국가위기관리 상황실로 개조했다. 한미연합사와 육ㆍ해ㆍ공군 등 군 지휘부와 경찰의 각종 상황 정보가 실시간 집결된다. 벽면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한반도 수백km 반경의 모든 항공기와 주변 해역의 선박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군 지휘부와 행정기관에 언제든지 지시를 내릴 수 있다.

▦ 청와대 지하벙커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이어졌던 이명박 대통령 시절 TV에 자주 등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회의 때마다 공군 조종사 점퍼를 입고 나타나자 “장성 출신의 국방부장관은 예비군복도 입지 않았는데 군대도 안간 대통령이 쇼를 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하벙커의 기능을 바꾸기도 했다. 위기나 재난상황판 대신 각종 경제지표를 표기한 데이터로 교체하고 이곳에서 2년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안보는 등한시하고 경제비상 상황을 과잉 홍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하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위기관리센터의 위상을 다시 확인시켰다. 언론에는 전임정부 시절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점을 의식해 ‘지하벙커’란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정작 국가위기 상황인 세월호 침몰 때 사저에서 5분 거리인 위기관리센터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지난달엔 당일 위기관리센터의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간을 30분 늦춰 일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3일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긴박한 대처는 이전 정부와 대조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신고접수 52분 만에 보고를 받고 3차례 지시를 내린 뒤 위기관리센터를 찾았다. 해경과 행정안전부를 화상으로 연결해 “아직 가능성이 있으니 마지막 한 명까지 포기하기 말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8시간이 지난 뒤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나타나서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고 엉뚱한 말을 했다. 청와대 지하벙커는 안보뿐 아니라 재난관리에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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