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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고르디아스의 매듭 - 단순하게 돌파하라

입력
2017.06.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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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르디아스(Gordias)는 극적인 과정을 통해 소아시아 왕국 프리기아의 왕이 된 사람이다. 당시 프리기아는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는 극도의 혼란상황. 제사장은 언제쯤이면 이 혼란이 그칠까라는 걱정에 신탁(信託)을 구했더니 ‘어느 날 이륜마차를 타고 광장에 들어서는 사람이 혼란을 극복하고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을 듣게 되었다. 신탁의 그 날,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영웅을 기다렸다. 그때 농부 고르디아스가 말이 끄는 짐수레를 타고 광장으로 들어섰다. 그 짐수레도 바퀴가 두 개 달린 이륜마차였다. 결국 고르디아스는 신탁대로 왕이 되었다. 그는 왕이 된 것을 기념해 자신의 수레를 신에게 바치고 산수유 껍질로 만든 견고한 밧줄로 꽁꽁 동여맨 다음 매듭을 지었다. 그리고는 ‘후세에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 전체의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사람들은 고르디아스를 믿고 매듭을 풀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아무도 복잡하게 묶인 매듭을 풀지 못했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페르시아를 정복한 여세를 몰아 프리기아의 수도인 고르디움(Gordium)까지 점령한 알렉산더(Alexander) 대왕이 이 소문을 듣고 달려왔다. 매듭을 찾아낸 알렉산더는 다른 사람들처럼 매듭을 풀려고 달려들었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이내 칼을 꺼내 그 매듭을 단숨에 잘라 버렸다. 그렇게 매듭은 풀리게 되었고, 고르디아스의 예언처럼 훗날 알렉산더는 동방을 정복하고 왕이 되었다.

# 2. 전국(戰國)시대. 강력한 진(秦)나라 왕은 제(齊)나라를 정벌할 생각이었다. 그는 제나라를 치기 전에 시험 삼아 제나라에, 옥으로 만든 복잡한 고리 모양을 한 보물인 옥련환(玉連環)을 보냈다. “귀국 제나라에는 머리 좋은 사람이 많다던데 이 팔찌를 풀 수 있을지 모르겠소”

제나라 조정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그 고리를 풀려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때 황후인 군왕후가 시녀에게 말했다. “가서 쇠방망이를 하나 가져오너라.” 시녀가 쇠방망이를 가져오자 그녀는 옥련환을 상 위에 놓고 힘껏 내리쳐 단번에 박살내버렸다. 그런 다음 진나라 사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진왕에서 가서 말하시오. 늙은 여인이 이미 고리를 풀었다고.” 놀란 사신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보고 들은 대로 보고하자 진왕은 혀를 내두르며 탄복했다. 이에 진왕은 제왕과 맹약하여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정했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다.

# 3.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명성을 얻자 다른 사람들이 시기했다. “아무나 서쪽으로 쭉 항해하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신대륙 아닌가?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야단이야.” 어느날 콜롬부스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여기 삶은 달걀이 있습니다. 이 달걀을 뾰족한 곳을 밑으로 해서 세울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 여러 사람이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자 콜롬부스는 뾰족한 곳을 약간 깬 후 쉽게 세웠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여전히 비웃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네, 그런 것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군.” 그 말을 들은 콜롬부스가 대답했다. “그런데 아까는 왜 못했나요?”

난해하고 복잡한 일 앞에서 우리는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는 정공법만을 고집하곤 한다. 물론 이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매듭과 퍼즐을 칼로 잘라 버리거나 쇠망치로 부숴버린 알렉산더나 군왕후처럼 때로는 발상의 전환, 임기응변, 결단력 등이 의외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 복잡한 일을 목전에 두고 지나치게 좌고우면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소위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두는 격. 너무 단순해서 당연히 접어 둔 방법이 복잡한 일을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묘수(妙手)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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