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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시민단체를 바로잡은 용감한 회원들

입력
2024.10.20 22: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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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캡처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캡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는 좋은 활동을 하는 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정기 후원을 하는 경우 대체로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하고, 단체에서 보내주는 소식을 보는 정도의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이렇게 후원금을 잘 내기만 하면 우리의 역할은 끝인 걸까. 만약 그 단체가 보이는 것과 달리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면? 좋은 곳에 쓰일 줄 알았던 내 후원금이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에 쓰이고 있다면?

국내 최대 동물권 운동 시민단체 중 하나인 '동물권 행동 카라'(이하 '카라')가 시끄럽다. 일부 이사들이 자신들의 연임 여부를 자신들이 승인하는 '셀프 연임' 이사회 결의를 한 것이 논란이다. 카라 정관상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규정돼 있는데도, 셀프 연임 결의를 한 이사들은 선출 관련 규정이 아닌 임기 관련 규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적법한 연임이라고 주장한다. 셀프 연임에 대한 내외부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당 이사들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일부 회원들은 해당 이사들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사진들은 갑자기 총회를 열어 자신들의 연임에 대해 의결하겠다고 했다.

셀프 연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다가 돌연 총회에서 자신들의 연임을 승인받겠다고 하니 다소 황당했지만, 해당 이사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회원들은 어쨌거나 총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회원들과도 토론하며 단체 운영과 관련한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실상은 참담했다. 카라는 정관상 총회에서 의결권이 있는 대의원들만 총회에 참석할 수 있고, 대의원 아닌 회원들은 참석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카라 정관에 의하면 회원은 총회에 참석할 권리가 있는바, 이는 정관 위반이다. 이에 회원들은 문제 제기를 이어가며 총회 참석 의사를 거듭 밝혔는데, 그러자 카라는 용역업체를 불렀다. 용역업체에 회원들을 막아달라고 그 회원들이 낸 후원금을 지불한 것이다.

총회 자체도 가관이었다. 카라는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진행키로 한 총회를 총회 당일 갑작스럽게 온라인 총회로만 진행키로 전환했는데, 회원 입장을 불허함은 물론이고 의결권 있는 대의원들의 경우에도 다수가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입장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총회장 입장의 의미도 없었다. 카라 임원진은 대의원들에 대해 강제로 음소거시켜 발언을 원천봉쇄했기 때문이다. 발언하게 해달라고 요구해도 소용없었다. 해당 총회는 이 외에도 수많은 하자로 점철된 총회로, 법원에서 무효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카라는 단체의 건강성 회복을 바라는 회원들이 문제적 이사들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고, 법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부적절한 단체 운영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후원 조직에서 회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가 의도한 더 나은 사회는 단순히 기부행위 하나로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기부가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으려면, 단체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까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면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실질에 무관심한 기부는 오히려 더 나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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