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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에 치를 떨고, '고릴라 죽음' 함께 슬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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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에 치를 떨고, '고릴라 죽음' 함께 슬퍼하고…

입력
2016.12.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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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동물들에게도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 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강아지, 고양이 번식장의 실태가 알려지며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망치로 개를 도살하거나 끓는 물에 길고양이 600마리를 넣어 죽이고 건강원에 팔아 넘기는 등 올해도 동물학대 사건은 여전했다. 그나마 해외에서는 동물을 활용한 대기업의 서커스가 폐지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동물학대를 살인사건 수준으로 관리키로 하는 등의 소식이 위안을 줬다. 올 한해 주요 동물 이슈 10가지를 정리했다.

1. 강아지 공장에 전국민 분노

지난 5월 SBS 동물프로그램 ‘TV동물농장’이 방송한 ‘강아지 공장’의 충격적인 실태는 전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대형마트나 펫샵에서 팔리는 개와 고양이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물건처럼 ‘생산’되는 것에 대한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TV 프로그램을 통해 어미 개 강제 교배, 불법 마약류 사용 제왕절개수술 등이 방영 되자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크게 형성됐다. 방송을 계기로 온라인에서 진행된 강아지 공장 철폐와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서명 운동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동참했고, 서명 인원은 3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농림부는 이달 중순 생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동물복지법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없으면 실행하기 어렵다.

지난 7월 성남시와 동물자유연대가 방치된 집에서 구조한 허스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7월 성남시와 동물자유연대가 방치된 집에서 구조한 허스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 여전한 동물학대 방치 사건

올해도 동물학대 사건은 끊이질 않았다. 동물보호법의 처벌수위가 낮고, 그나마 있는 동물보호법의 적용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도 그대로 반복됐다. 이달 초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망치로 내려치고, 개의 숨이 끊어지기 전 피를 뺀 개 시장의 업주에게는 무혐의, 도살업자에게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면서(▶기사보기: 망치로 개 도살해도 기소유예… 동물보호법 있으나 마나)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의 비판은 거셌다. 지난 7월에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방치된 새끼 시베리안 허스키가 성남시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방치는 구조, 보호조치 요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개가 방치되어 있더라도 구조는 불가능했지만 시와 동물단체는 강아지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구조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길고양이 600마리를 끓는 물에 넣고 도살한 뒤 건강원에 팔아 넘긴 판매업자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거셌고, 비 속에 방치됐다 죽은 수련원 강아지(▶기사보기: 인천 청소년 수련원서 생후 40여일 된 강아지 방치돼 숨져)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3. 동물보호법 14건 다음 국회로

강아지 공장 사건 이후 동물보호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았지만 올해도 결국 단 한 건의 동물보호법도 개정되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은 14건. 학대행위 처벌강화와 피학대 동물 긴급격리, 동물 생산업의 허가제 전환 등 고통 받는 동물들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었지만 농해수위에서 외면 받았다. 동물을 경제적 관점에서 다루는 상임위가 동물 복지를 동시에 논하는 게 어렵고, 해당 상임위 의원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육견협회 등 동물보호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해당 의원들을 찾아가 반대농성까지 벌이는 바람에 의원들이 상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된 지 사흘 만에 뼈만 돌아온 반려견 하트의 생전 모습. 견주 채모씨 블로그 캡처.
실종된 지 사흘 만에 뼈만 돌아온 반려견 하트의 생전 모습. 견주 채모씨 블로그 캡처.

4. 반려견 하트 취식사건

전북 익산에서 실종된 대형견을 잡아먹은 이웃주민들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지난 9월 익산에서 실종된 잉글리쉬 십독 종 반려견 열 살 하트를 마을회관에서 잡아먹었다. 이들은 하트가 죽은 다음 발견돼 먹었다고 주장해왔지만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기록,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동원해 하트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도축됐다고 보고 동물보호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먹히기 전 개의 생사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죽은 개를 먹은 것은 유실물을 습득한 뒤 신고하지 않고 가져갔을 때 적용되는 점유물이탈횡령 혐의에 해당하지만 만일 살아 있는 개를 잡아 먹었을 경우에는 동물보호법 상 학대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C가 길고양이와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편파 방송 지적이 일었다. MBC방송 캡처
MBC가 길고양이와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편파 방송 지적이 일었다. MBC방송 캡처

5. 살인진드기 주범으로 오해 받은 길고양이

지난 8월 MBC가 ‘살인진드기, 길고양이서 발견’이라는 보도를 하면서 길고양이 안전성 여부를 놓고 논란(▶기사보기: 살인진드기 퍼뜨리는 길고양이? 동물이 사람에 옮긴 사례는 없어요)이 일었다. 방송은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이용해 서울시내 길고양이 126마리 혈액을 분석한 결과 17,5%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F)’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한 개인동물병원으로부터 샘플을 제공받은 것으로 서울 7개 자치구에서 포획된 개체들이었다. 반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길고양이 SFTF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해 온 서울시는 13개 자치구 길고양이 185마리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혀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 고양이와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동물단체들과 시민들은 정정보도 요청을 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6. 흰고래 벨루가 폐사

지난 4월 멸종위기종 벨루가(흰고래) ‘벨로’가 다섯 살의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패혈증으로 폐사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야생에서 35~50년까지 사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일찍 죽은 것이다. 패혈증은 그동안 수족관 속 고래 폐사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육시설 감금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병저항력 저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롯데월드는 현재 수족관에 있는 벨라와 벨리 이외에 앞으로 벨루가를 추가 반입하지 않고 인위적인 번식 연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글 종 탐지견 대니에게서 복제한 잰이 수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비글 종 탐지견 대니에게서 복제한 잰이 수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7. 복제견 시대 성큼

복제견 하면 공항에서 활약하는 각종 탐지견과 인명구조견, 경찰견, 군견을 떠올리지만 상업적으로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견까지 복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보기: 당신의 개 복제하시겠습니까) 해외에서도 개 복제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데 이는 상업적으로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암연구원, 서울대 동물병원 등은 5,000만~1억원을 받고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100만원을 받고 훗날을 위한 반려견의 체세포 보존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지만 동물 윤리 문제를 들어 반려견 복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8. 미 FBI, 동물학대 집중 관리

미 연방수사국(FBI)는 동물학대를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주요 범죄로 간주하고 관련 자료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고의적이거나 의도적으로, 무모하게 동물을 죽이거나 고문, 괴롭힘, 유기, 중동 등의 행위를 가하는 것을 동물학대로 정의했다. 지금까지 동물학대 자료는 ‘기타’항목으로 분류돼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관리가 미급했던 것과 달리 더욱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동물학대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 외신들은 동물도 고통을 똑같이 겪는다고 주장하는 동물보호운동가 메리 투 란도르의 노력이 이런 조치를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동물원에서 사살당한 하람베(오른쪽)과 하람베를 기념한 스웨터. AP=연합뉴스
지난 5월 동물원에서 사살당한 하람베(오른쪽)과 하람베를 기념한 스웨터. AP=연합뉴스

9. 고릴라 하람베의 억울한 죽음

지난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네 살짜리 아이가 고릴라 우리로 떨어졌고, 수컷 고릴라 하람베는 10분 가량 물 속에서 아이를 끌고 다녔다. 동물원 측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살했으나 이후 소년이 위험한 상황이었느냐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고 전세계적으로 하람베가 사람들 탓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추모가 일기 시작했다.

하람베의 추모 열기는 지금도 이어져 하람베의 모습을 담은 크리스마스 기념 스웨터가 출시돼 1주일만에 1,000장 이상 팔리기도 했다.

10. 미국 시월드 범고래쇼·코끼리쇼 폐지

해외에는 전시동물을 활용한 대표적인 동물쇼들이 잇따라 폐지키로 했다. 돌고래쇼를 테마로 내세우는 미국 테마파크 시월드는 지난 3월 범고래쇼를 폐지하고 번식 프로그램을 중단키로 했다. 2010년 사육사가 범고래 틸리쿰의 공격을 받고 숨진 후 동물학대 논란이 거세진 결과다. 2개월 뒤 미국 최대 코끼리 서커스단 ‘링링 브라더스 앤드 바넘&베일리 서커스’는 아시안 코끼리가 춤을 추고 균형을 잡는 묘기를 보여주는 코끼리쇼를 중단하기로 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등 동물단체들이 코끼리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일어난다며 코끼리쇼 중단을 요구한 결과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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