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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진드기 퍼뜨리는 길고양이? 동물이 사람에 옮긴 사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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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진드기 퍼뜨리는 길고양이? 동물이 사람에 옮긴 사례 없어요

입력
2016.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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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가 옮기는 치명적 바이러스

“고양이서 발견” 방송에 혼란 커져

‘캣맘’ 논란 다시 번질 조짐까지

세계적으로 고양이-사람 전염 보고 전무

동물보호단체 “정정보도” 성명

서울 시내에 살인진드기에 감염된 길고양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시내에 살인진드기에 감염된 길고양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단지 내 길고양이 사료 배포 중단해 주세요.’

4일 경기 이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이런 내용의 공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길고양이가 지역 갈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말 길고양이에서 ‘살인진드기’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와 시민들의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전파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보기)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시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여성이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은 초등학생들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캣맘’ 혐오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길고양이는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길고양이를 굶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돌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극단적으로 혐오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7월 경기 시흥에서 행인이 다른 사람이 키우던 고양이를 이유 없이 발로 차 새끼를 사산하게 만든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MBC ‘살인진드기, 길고양이서 발견’ 보도는 이 같은 혐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은 길고양이 126마리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17.5%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F)’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 한 개인동물병원으로부터 샘플을 제공받은 것으로, 금천구(60마리) 성동구(30마리) 등 서울 7개 자치구에서 포획된 개체들이 분석 대상이다. SFTS는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렸을 때 감염되는 병으로 혈소판ㆍ백혈구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치사율이 6~30%에 이르지만 예방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MBC는 당시 ‘길고양이와 사람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우려’라는 자막을 내보냈으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함께 길고양이 SFTS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 4월 이후 성동구 동대문구 등 13개 자치구 길고양이 185마리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혀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 고양이와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을 이끈 최준석 교수도 사람에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구를 해보지 않았고, 사례보고가 없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인 한국고양이보호협회와 카라는 MBC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성명을 냈고,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오른 정정보도 요구 청원에는 1만2,000여명을 넘어섰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길고양이는 영역 동물이어서 SFTS바이러스를 보유한 야생진드기의 번식 지역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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