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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민 중심으로 국가통계 제공돼야

입력
2014.07.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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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statistics)의 영어 어원은 state(국가)이고 그 의미는 ‘국가를 통치하는 수단’이다. 어느 국가든 국민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살피기 위해 인구가 몇 명이고, 곡물 생산량은 얼마이며, 거주할 집이 몇 채가 되는지 등의 국가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 국가의 인구가 몇 만명일 때는 국가통계의 작성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의 규모가 커지면서 인구가 수천만명에서 많게는 10억명이 넘는 국가도 출현하게 돼 국가 운영에 필요한 통계를 얻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게 됐다. 자연발생적으로 일부 표본을 이용해 빠른 시간에 전체 국가의 통계지표를 추측하는 통계학이 발전하게 됐다.

대부분의 국가통계는 잘 설계된 표본을 조사해 전체 집단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표본의 설계와 조사는 이론과 경험을 모두 갖춘 전문가에 의해 기획되고 실시돼 정확한 통계를 생산한다. 만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정확하지 않은 통계를 발표하면 국민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고 잘못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는 국가통계에 근거한 정책을 만들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의도치 않게 국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정책에 관한 사후평가도 잘못될 수 있다. 국가통계가 책임있는 기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작성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법 1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통계를 발표하기 이전에 통계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표본의 설계나 조사가 적절했는지, 통계적 오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공공기관이 민간조사 기관에 의뢰해 얻은 통계를 검증 없이 발표해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공공기관은 명백하게 통계법을 위반한 것이고 따라서 해당 기관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작성하는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의 규모가 커지면 나라의 살림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국가통계의 종류가 많아진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각 나라의 통계 지표를 비교할 필요성도 생겨 국가통계의 종류는 더욱 늘어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000여개의 지표가 통계청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에서 생산된다. 언론이나 각 분야별 전문가들은 그때 그때 필요한 통계지표를 찾아 적절히 사용하지만 일반 국민은 한 눈에 국가의 현 상황이나 발전상을 쉽고 체계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GDP 성장 몇 %’라는 단일 지표로 국가발전 상황을 많이 설명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 사회, 환경 등 적절한 분류를 만들고 이 분류에 따른 지표를 통해 균형있게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최근에 통계청이 국민 삶의 질과 국가발전 상황을 쉽고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국가주요지표 서비스(www.index.go.kr)를 제공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통계청이 기존에 e-나라지표를 통해 서비스해왔던 721종의 방대했던 통계지표가 성과 중심으로 분류돼 143개로 줄었고, 이 지표를 보완할 수 있는 보조지표가 제시됐다. 또 다른 국가의 지표와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국제비교지표도 선정됐다. 지표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프 형태로 제공되며 지표의 정의와 측정방법, 해설, 상세통계표도 함께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정부 위주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일반 국민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을 적극 반영한 서비스 전환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신속하게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에 맞는 통계지표를 추가하고, 자료의 업데이트가 자주 이뤄져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현상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이번에 새롭게 정비해 국민에게 선보인 국가주요지표 체계 서비스가 일반 국민들이 통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아울러 학업과 업무, 비즈니스 등 모든 일상ㆍ경제생활을 할 때 늘 참고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친근하고도 유용한 서비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진 한국통계학회 회장·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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