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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박사의 '골퍼 그린 에티켓' ⑤ 늦장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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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박사의 '골퍼 그린 에티켓' ⑤ 늦장플레이

입력
2016.06.2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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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전설의 골퍼 닉 팔도, 재미교포 캐빈 나 그리고 스페인의 희망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들에게는 공통된 다소 불 명예스러운 수식어가 있다. 게으른 듯 짜증나게 하는 '늦장 플레이어!'다. 함께 경기를 치러 본 선수들은 물론 관전하는 갤러리마저 답답함에 몸부림치게 만들 정도로 악명 높다. '필드 속 느림의 미학'을 고집하는 그들은 느리기로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유명한 골퍼들이다.

필자는 계획적인 느림보(프로)와 아마추어 느림보들을 수없이 겪었다. 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느림보는 몇 해 전 관전했던 재미교포 캐빈 나(나상욱)였고 그의 늦장플레이를 잊을 수 없었다.

우승을 목전에 둔 그는 샷을 하기 전 방향을 살피고 타석에 들어선 후 10회 정도의 왜글을 반복적으로 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어드레스를 풀고 방향을 살폈다. 여기에 스윙을 몇 차례 더 한 뒤 다시 어드레스를 했다. 여기서 바로 샷을 하는 가 싶었지만 끝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왜글을 10회 하고 나서야 샷을 했다. 직접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집중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전하는 갤러리들은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물론 우승을 눈앞에 둔 프로선수가 가진 불안함의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반플레이어는 물론 자신의 캐디와 갤러리까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던 사실만으로도 그의 행동은 문제로 지적될만한 더티 플레이였다. 본인의 행동이 결코 느리지 않다고 생각한 캐빈 나는 갤러리의 야유와 동반플레이어의 핀잔을 이기지 못하고 플레이를 시도해야 했다. 자칫 벌타를 받을 수도 있었기에 시도해야 했던 루틴의 변경이 왔고 이것은 바로 독이 됐다. 최고의 늦장플레이어라는 혹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다잡은 우승의 기회도 날려야 했다.

늦장 플레이는 말 그대로 샷을 하기 전의 습관 된 행동 '루틴'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동반플레이어의 리듬을 깨뜨리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이는 개인이 가진 특별한 루틴을 늦장플레이로 간주 할 수 없겠지만 정도가 지나친 루틴은 함께 플레이하는 동반자들의 경기력을 저하 시킬 수 있는 비매너 행동이 될 수 있다.

즐거운 라운드를 위한 첫걸음은 빠름이 아닌 적절한 속도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에 있다. 자신의 볼 위치 주변에서 미리미리 스윙을 하고 샷을 기다려야 하며, 카트와 먼 곳에 자신의 볼이 있어 홀까지 거리 측정이 힘들 때는 클럽을 미리 여유 있게 준비 해야 한다. 특히 그린에서 자신이 버디나 파 퍼팅이 아닌 더블보기 이상의 퍼팅을 할 때는 오랫동안 그린을 살피는 플레이는 자제하는 게 좋다. 신중한 행동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반자들에게 꼴불견이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승리를 갈구하는 골퍼가 있다면 늦장플레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야구·농구·배구와 같은 종목에서 작전타임 한번이 잘 나가던 상대방의 흐름을 끊을 수 있는 것 처럼 늦장플레이는 상대방의 경기흐름은 물론 그 이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 다만 승리를 위한 늦장플레이를 추구한다면 대인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자.

최성락 박사는 고교시절까지 야구선수생활을 했으며, 이후 골프로 전향해 2012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준회원으로 프로에 입문하였다. 2014년 한양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에서 골프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편집부 기자 mas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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