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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고개숙인 日 화낙, 금고에 1조엔 쌓여도 “곁눈질 없다”

입력
2016.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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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절삭 분야 최고의 업체

회의실엔 “다능은 수치” 현판

신사업보다 한우물 경영 매진

불황에도 40%대 영업이익률

사업 확장에 실패한 美 레고

본업인 장난감에 집중해 부활

유통 공룡 美 베스트바이

온라인몰 공세에 재투자로 맞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미국의 애플이 가장 신경쓰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화낙이다. 화낙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생소하지만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이 업체는 자동화된 로봇이 금속을 깎아서 정교한 모양을 만드는 금속 절삭 분야의 최고업체로 꼽는다. 그래서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도 이 업체의 자동화기기를 구입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금속 케이스를 만든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역시 화낙으로 금속 차체를 가공한다. 금속 절삭 가공업체는 많지만 이 업체만큼 정교한 기술을 지닌 곳은 없어서 화낙이 없으면 아이폰이 생산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화낙이 이 같은 높은 기술력을 지닌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창업 때부터 한 우물을 판 전문성을 비결로 꼽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전문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켜 성장 가도를 달리는 한 우물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생존 조차도 힘겨운 시대에 이 기업들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고유 시장을 확보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신사업은 노(NO)”…日 화낙, 산업용 로봇 분야서 40%대 영업이익률로 승승장구

일본 산업용 로봇업체인 화낙의 회의실에는 경영이념인 ‘다능(多能)은 군자의 수치(羞恥)’라는 글이 걸려 있다. 기업이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는 것 보다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창업 때부터 산업용 로봇에 집중한 이 업체는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아 2014년 매출 7,297억엔(7조3,300억원), 영업이익 2,978억엔(2조8,581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업체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40.8%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제조업체들은 통상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리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업체는 사내 유보금이 1조엔에 이를 만큼 풍부한 현금을 갖고 있지만 오로지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본사의 전체 직원 2,500여명 가운데 40%가 연구ㆍ개발(R&D) 인력일 정도로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포브스는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화낙을 2014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35위에 올렸다.

“구관이 명관이다”…美 레고, 주업인 벽돌 장난감 사업서 ‘부활’

세계 최대 장난감 업체인 덴마크의 레고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오로지 블록 장난감 한분야에만 집중해 2014년 세계 140여개국에 600억개의 블록 장난감을 팔아 사실상 ‘레고 왕국’을 구축했다. 덕분에 레고는 지난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인 매출 21억달러(2조5,000억원), 영업이익 6억9,500만달러(8,3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7% 늘어난 수치다.

컴퓨터와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시대에 레고가 아날로그 장난감으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구를 신제품에 바로 반영한 결과다.

레고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등 유행하는 문화 콘텐츠에 맞춰 이를 블록 장난감으로 개발해 유행을 쫓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적절히 편승했다.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블록 시리즈 및 과학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성인용 레고 장난감까지 계층별, 세대별로 맟줌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레고 장난감은 나이에 맞춰 세분화돼 있다”며 “그래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를 끌어안아 소비층이 두텁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세분화 전략은 어려서 레고 블록을 갖고 놀던 세대가 자연스럽게 성인이 돼서도 거부감없이 성인용 레고 장난감을 찾게 만들었다. 여기에 일부 제품의 경우 특정 수량만큼 판매한 뒤 더 생산하지 않아 고가의 수집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장난감이 아닌 수집품으로 격상시켰다.

레고는 이런 전략을 수립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동복, 시계, 미디어, 게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2004년 2억7,000만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레고를 창업한 크리스티얀센 가문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의 30대 중반의 요른 뷔 크누드스토브를 2004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크누드스토브 CEO는 세계 각국의 소매상과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은 뒤 오히려 블록 완구에 집중해 레고를 다시 정상에 올려 놓았다.

“기회는 본업에 있다”…美 베스트바이, 유통분야 재투자로 재기 모색

세계 최대 유통 공룡이지만 현재 혹독한 구조조정 중인 미국 베스트바이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 사이 베스트바이 매출은 하향세를 그렸다. 지난 2011년 502억7,000만달러였던 베스트바이 매출은 지난해 403억4,000만달러까지 급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들이 값싼 온라인 쇼핑몰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베스트바이는 이후 4,300명을 내보내고 미국 50여곳과 캐나다 60여곳 등 주요 거점 지역의 대형 매장을 줄지어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베스트바이는 소매점에서 출발한 기업답게 소형 모바일 기기 매장을 늘리고 온라인 쇼핑몰 개선 등에 사용하면서 회생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간운영비용을 약 4억달러(약 4856억원) 절감해 삼성전자와 소니, 애플 등 파트너들과의 관계개선과 온라인 쇼핑몰 확대에 재투자했다. 미국 블룸버그와 포브스 등 현지 언론들은 “베스트바이는 오래된 사업을 재무장시키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전문성을 강화한 한 우물 전략을 높게 평가한다. 류희숙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흔히 불황기에 접어들거나 경영 상황이 어렵게 되면 새로운 분야 개척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신사업 진출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본업으로 돌아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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