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미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언론 탄압 독재자’라는 비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정작 비판 언론에 대해 소송을 계속할 뜻을 굽히지 않는가 하면 연설장 밖에서도 언론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비 인력이 충돌하는 등 역효과를 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대테러 활동 참여 및 시리아 난민 지원 등 자신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하지만 그는 반정부성향 언론탄압에 관한 질문에 “나를 비판한 사람에 대해선 감사히 생각하지만 나를 모욕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현재 터키 감옥에 수감 중인 기자 52명을 “대부분 테러리즘에 연루된 소송 대상자”라고 정의하며 “언론 본연의 업무로 수감된 기자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연설장 밖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터키 경호팀이 터키 기자 3명과 몸싸움을 벌였다. 행사장에서 쫓겨난 야당 성향 신문 소속 기자는 로이터통신에 “경호원들이 ‘널 죽일거야. 넌 테러리스트야’라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터키에서는 대통령을 모욕하면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2014년 8월) 이후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은 무려 1,845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독일 공영방송 NDR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민 자유를 억압하고 사치를 즐긴다는 내용의 풍자 뮤직비디오를 방영한 것에 발끈해 두 차례나 독일 대사를 초치, 논란이 국제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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