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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신화 테라노스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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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신화 테라노스의 위기

입력
2015.10.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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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으로 암진단 과장 의혹 확산

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2014년 유명 온라인 강좌 TED에서 강연하고 있다. TED 홈페이지
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2014년 유명 온라인 강좌 TED에서 강연하고 있다. TED 홈페이지

피 한 방울로 암 진단에까지 이르는 수백가지의 질환 검사를 할 수 있는 혈액 검사 키트를 개발해 바이오 벤처 신화를 일궈낸 테라노스(Theranos)의 기술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고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테라노스는 특히 2003년 미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한 재원 엘리자베스 홈즈(31)가 불과 19세 때 세운 회사로 홈스는 여성벤처인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테라노스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손꼽히는 바이오 벤처로 성장했으며 기업 가치가 약 90억달러(10조 1,600억원)에 달한다.

WSJ는 테라노스의 전 직원들과 의사, 간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테라노스가 제공하는 240가지의 혈액검사 항목 중 15개 항목만이 테라노스의 기술인 ‘에디슨’을 통해 검사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검사 항목은 테라노스의 기술이 아닌 지멘스와 같은 전통적인 혈액검사 기기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직원들은 에디슨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직 테라노스 직원은 테라노스의 기술 오류가 연방 법률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테라노스의 혈액검사 기술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2013년 시장에 공개된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미국에서 클리닉 실험실은 FDA의 허가를 받은 장비를 사용해야 하지만, 테라노스는 에디슨을 다른 실험실에 팔지 않고 시장에 공개했기 때문에 FDA의 허가가 필요치 않았다. 올 7월이 돼서야 테라노스는 120개의 FDA 승인 신청 검사 중 헤르페스를 감지하는 테스트에 대해 처음으로 FDA의 허가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의무절차인 샘플에 대한 숙련도 테스트도 허위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WSJ는 비타민 D와 갑상선 호르몬, 전립선 암 진단에 대해 테라노스에서 에디슨으로 수행한 테스트가 타사 기계로 수행한 것에 비해 뒤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테라노스를 퇴직한 직원은 “테라노스의 대표 서니 발와니가 실험실 연구원들에게 에디슨 사용을 멈추고 다른 회사 검사 장비로 나온 결과를 보고하라고 명령했다”고 증언했다. 의혹이 점차 구체성을 띠어가자 뉴욕주 보건부는 지난해 4월 테라노스를 테스트 수행에서 발생한 문제들로 인해 정식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테라노스가 테스트 과정에서 양을 늘리기 위해 희석된 혈액 샘플을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희석된 샘플을 사용하면 정확한 혈액 내 물질 측정이 어려워 잘못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테라노스의 전 직원은 “검사 중 한 환자에게서 나타난 칼륨의 일부 결과는 위험할 정도로 높았다”고도 말했다.

이런 실험 조작과정에서 실제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귀에 이명이 있었던 한 여성 환자는 테라노스의 혈액 검사를 한 결과 칼슘과 단백질, 세 개의 간 효소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녀의 주치의는 뇌졸증을 우려하며 병원 응급실행을 권했고 일반 병원에서 검사를 한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 이 환자는 “테라노스의 저렴한 가격을 좋아하지만, 시행착오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테라노스는 제기되는 온갖 의혹에 대해 총력 방어하는 모습이다. 테라노스의 외부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는 테라노스가 아직 모든 테스트에 에디슨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혈액검사의 전체에 에디슨을 사용하는 것이 달성되어야 할 목표라고 답했다.

WSJ의 보도가 나오자 테라노스는 홈페이지에 기재된 ‘우리의 실험 대부분은 단지 몇 방울의 혈액만을 필요로 한다’ 등의 문구를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WSJ가 보도한 테라노스 검사를 이용한 고객들에게 기사가 잘못 나갔다는 서명을 받기도 했으며 증언을 한 테라노스의 전 직원의 부인에게는 고소를 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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