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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최대폭 평가절하… 잦아드는 환율전쟁에 기름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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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최대폭 평가절하… 잦아드는 환율전쟁에 기름붓나

입력
2015.08.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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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 달러당 환율 1.86% 상향, 하루 고시 폭으로는 역대 최고

수출 부양 위한 마지막 카드 분석

코스피 5개월 만에 2000선 붕괴, 원달러 환율도 15.9원 급등

아시아국 통화가치 3~6년새 최저

중국 당국이 11일 사상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11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직원들이 2,000선이 붕괴된 코스피지수와 15원 넘게 치솟은 원ㆍ달러 환율이 찍힌 전광판 앞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11일 사상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11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직원들이 2,000선이 붕괴된 코스피지수와 15원 넘게 치솟은 원ㆍ달러 환율이 찍힌 전광판 앞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11일 전격적으로 사상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5개월 만에 2,000선이 깨졌고 원ㆍ달러 환율은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이 그간 각종 부양조치에도 아껴뒀던 마지막 환율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글로벌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환율전쟁이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위안화 역대 최대폭 전격 절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달러당 6.1162위안)보다 1.86%나 높은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인민은행의 고시환율 하루 상승폭으로는 사상 최대 기록. 그 만큼 위안화가 평가 절하됐다는 얘기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 중인 중국은 매일 오전 외환시장 개장 전 기준환율을 고시하며, 현재 하루 변동폭은 최대 2%로 제한돼 있다. 중국 당국이 고시환율을 크게 올리자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더 크게 치솟아 장중 한 때 달러당 6.3250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형상 위안화의 대폭 절하는 중국 당국이 환율결정 시스템을 일부 변경한 데 따른 결과다. 인민은행은 이날부터 기준 환율을 전일 은행간 종가와 외화 수급현황 및 주요 국제 통화 환율변화 등을 종합 고려해 고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것을 앞으로는 가능한 시장 환율에 맞추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중국이 그간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위해 인위적 강세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 IMF가 위안화의 바스켓 편입 여부 결정을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더 이상 시장 환율과의 괴리를 견디지 못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통화가 모두 미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는 데 위안화만 강세였던 비정상을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길게 보면, 자율적인 시장 환율을 도입해 SDR 편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HSBC)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진짜 의도는 수출 부양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중국의 7월 수출(1조1,900억위안)은 1년 전보다 8.9%나 급감했다. 작년 말 이후 수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 재정 확대, 증시 부양 등 갖은 부양조치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올리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ㆍ원화가치 급락, 아시아ㆍ유럽 시장도 패닉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통화 도발’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52포인트(0.82%) 내린 1,986.65로 마감, 지난 3월16일 이후 거의 5달 만에 2,000선을 내줬다. 간밤 뉴욕증시 상승세 등의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으나 위안화 평가절하가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낮출 거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원ㆍ달러 환율은 3년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국의 통화가치 절하로 당분간 달러화가 더욱 강세를 띨 거란 전망이 시장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9월 금리인상 기대감 약화로 하락 출발한 환율은 중국발 쇼크에 전날보다 달러당 15.9원 급등한 1,179.1원으로 마감해 2012년 6월 5일(1,180.1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태국 바트화와 싱가포르 달러, 필리핀 페소화 등은 모두 5~6년새 가장 낮은 수준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역시 중국의 수출경쟁력 상승을 호재로 여긴 홍콩, 상하이 증시를 제외한 일본, 호주 등 대부분 국가에서 약세를 보였고 유럽 주요국 증시도 1~2%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환율전쟁 불붙나

한동안 잠잠하던 각국의 자국 통화 평가절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다른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자국 통화 절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선 이날 인민은행의 조치를 ‘일회성’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추가 절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인민은행이 “환율 시스템의 ‘시장화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들어, 일각에선 조만간 중국이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현행 2%에서 3% 안팎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아직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업체가 많아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 덩달아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갈수록 세계 시장에서 중국 상품과 경쟁하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업종과 업체마다 이해득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추가 절하 여부가 향후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위안화 절하에는 긍정과 부정 효과가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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