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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김부겸을 대선 후보로” 이종걸 속내는 뭘까

입력
2016.06.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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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왼쪽) 성남시장이 17일 오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권고로 단식 중단 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이종걸 더민주 국회의원의 부축을 받으며 앰뷸런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왼쪽) 성남시장이 17일 오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권고로 단식 중단 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이종걸 더민주 국회의원의 부축을 받으며 앰뷸런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8월 당 대표 선거와 관련, “지난번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에서도 보니까 거기서는 김부겸 의원을 (당대표 후보가 아닌) 대권후보로서 좀 받쳐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본인 역시 당 대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비상대책위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집모) 내부에서 힘이 좀 있어야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는데요. 그는 김부겸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와 관련해선 “바깥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며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당대표 후보 단일화) 키는 김부겸 후보가 쥔다고 봐야 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의원의 ‘뜬금포 발언’은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비주류 당 대표 후보 단일화’ 추진도 그렇지만 민집모를 꺼내는 것이 특히 그랬습니다.

민집모는 지난주 16일 발전적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노력해 보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민집모는 19대 국회 내내 친노(노무현)ㆍ친문(문재인)의 주류에 대항하는 비주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시작된 연쇄 탈당 시절 행보가 엇갈렸습니다. 일부는 탈당과 함께 국민의당이라는 새 집으로 이사를 갔고, 일부는 탈당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기로 한 것입니다.

이날 마지막 회동에 모인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변재일 정책위의장(이상 더민주)을 비롯해 박주선 국회부의장, 유성엽, 장병완, 김동철, 주승용, 황주홍 의원, 김영환 사무총장, 임내현 전 의원(이상 국민의당) 등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서로 다른 집에 살게 됐고, 4ㆍ13 총선을 통해 당선과 낙선으로 향후 정치적 운명도 달라지게 되면서 결성된 지 3년 만에 결국 해산을 결정한 것이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신 이들은 다가올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계속 소통하고 정치적 공조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의 공개 간담회 등 당을 초월해 후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사실 이들이 더민주(옛 새정치연합)에서 한데 뭉칠 때는 숫자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무시 못할 존재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나 주류 진영에서도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고 언론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동향을 체크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한살림을 차렸던 이들이 딴살림을 차리면서 각자 집안에서 영향력은 한데 뭉쳐 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입니다. 앞서 더민주의 원내대표 경선이나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비주류 진영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힘도 제대로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우상호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에 참패하고 말았는데요.

이종걸 의원 역시 비주류 진영의 주요 인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비록 총선 당시 원내대표에 이어 김종인 2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았지만 그 존재감이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 대표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이 의원이 ‘민집모’ ‘김부겸 대권 후보’ 얘기를 꺼낸 것은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고민 중인 김부겸 의원이 당 대표가 아닌 대권 후보로 행보를 결정한다면 유력한 경쟁 후보 한 명이 사라지는 셈이 되죠. 이런 그림을 위해 해체를 선언한 민집모를 꺼내서 ‘민집모가 김부겸을 대선 후보로 민다’는 말을 꺼낸 것이죠. 이 의원의 말대로라면 김부겸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일부에서 대선 후보로 지지를 받는 셈인데요.

어쨌든 이 의원은 해체를 선언한 민집모를 끄집어 내서 당 대표 경쟁 흐름을 조절해 볼 요량이었다는 게 당내의 평가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비주류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며 “김부겸 의원이 출마를 하지 않을 경우 박영선 의원 등 다른 비주류 의원들과 단일화에서 자신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다른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비주류 진영 후보들 사이에서 후보 단일화를 진행해 보겠다며 이 후보 저 후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후보들 사이에 틈만 벌어지게 만들었다”며 “국민의당 의원들까지 포함돼 있고 해체를 선언한 민집모까지 언급하며 김 의원을 대권 후보로 띄우는 속내가 너무 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민집모의 일부 의원들은 “차라리 당을 깨는 게 낫다”는 등 지난해 당의 혼란을 부채질 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당내에서 ‘민집모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설사 김 의원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포기하고 비주류 진영의 단일 후보가 된다손 치더라도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예상도 많습니다. 이 의원과 가까운 비주류 진영의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도와달라는 연락을 계속 해 오는데 일부러 안 받고 있다”며 “될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다 평소 오락가락 성향이 돕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문재인 전 대표에 각을 세우며 건건이 부딪혔고, 원내대표 업무를 거부한 채 ‘통합여행을 떠나겠다’고 했다가 문 전 대표가 물러나고 김종인 대표가 오게 되자 슬그머니 복귀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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