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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도깨비’ 삼신할매 분장만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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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도깨비’ 삼신할매 분장만 5시간"

입력
2016.12.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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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에서 삼신할매 역을 맡은 배우 이엘의 두 가지 모습. 이엘은 "또 이런 분장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할매 분장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CJ E&M 제공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에서 삼신할매 역을 맡은 배우 이엘의 두 가지 모습. 이엘은 "또 이런 분장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할매 분장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CJ E&M 제공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지난 2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 1회에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로 나오더니, 하루 뒤인 2회에선 붉은색 립스틱을 짙게 바른 젊은 여성으로 나와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도깨비’에서 삼신할매 역을 맡은 배우 이엘(34·본명 김지현)이 보여준 반전이다. “주변에서 놀랐다고 많이 얘기 해주시더라고요. 근데, 도깨비인 공유씨 어떠냐는 얘길 더 많이 묻던데요? 하하하.” 20일 전화통화로 만난 이엘은 극중 삼신할매처럼 무심하고도 시크했다.

이엘은 ‘도깨비’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느닷없이 도깨비 신부인 지은탁(김고은) 앞에 나타나 앞으로 벌어질 좋고 나쁜 일을 넌지시 알려주고 가 극에 신비함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볼거리 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서도 중요한 열쇠를 지닌 인물인데, 분량이 적어 ‘삼신할매 괄시하는 ’도깨비’는 각성하라!’는 시청자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뜨거운 호응과 달리 이엘은 첫 촬영 때 “너무 노(老)역”이라 걱정이 컸다. 김은숙 작가도 지난 9월 대본 읽기 모임에서 이엘에게 “어려운 연기”라며 불안해했다. 이엘은 말의 톤을 아래로 쫙 깔며 삼신할매 역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기운 없이 터덜터덜 걷는 걸음걸이도 그가 낸 아이디어다.

분장은 고난이 따로 없었다. 얼굴을 비롯해 양 손까지 주름을 붙이고, 버짐까지 표현하다 보니 분장에만 꼬박 다섯 시간이 걸렸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이엘은 “첫 촬영 뒤 지난달 드라마 촬영장에서 고사를 지내는 데 김 작가님이 ‘정말 좋았다’고 얘기해 줘 몇 달 간의 근심이 싹 씻기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보고 이엘을 캐스팅했다. 이엘이 극중 건설사 대표인 서진기(김승우)의 심복 손혜정 역을 서늘하면서도 섹시하게 소화해 김 작가가 눈 여겨 봤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엘은 2009년 드라마 ‘잘했군, 잘했어’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해 사연이 많은 역을 도맡아왔다. 화류계 마담(영화 ‘내부자들’)부터 트렌스젠더(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스토커(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이 그를 거쳐갔다. 어려움은 없었을까.이엘은 “그런 역들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사람들이 봐주는 게 신기했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목 받기까지 역경도 많았다. 이엘은 신인 시절 작품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 “에로틱 스럴러나 해”란 비아냥을 들었다. 화려하고 강인해 보이는 외모가 독이 돼 신인 시절 설움을 당한 것이다. 이엘은 배우의 꿈을 위해 홍익대 인근 미술학원에서 찰흙 조소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지하철 자판기에서 율무차를 뽑아 배를 채우기도 했다. 이엘은 “지금 행복하긴 한데, 내가 가진 (연기)밑천이 다 떨어지기 전에 더 연습하고 공부해야겠다는 걱정도 든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악바리’는 드라마에서 ‘신스틸러’가 됐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의 눈과 귀는 삼신할매의 입에 쏠린다. 네티즌이 ‘탐정놀이’를 하고 있는, 저승사자(이동욱)와 써니(유인나)의 미래를 물었더니 “그건 노코멘트”라며 웃었다. 대신 채소에 얽힌 비밀을 털어놨다. ‘도깨비’에서 삼신할매는 자신이 점지해 세상의 빛을 본 지은탁을 만날 때 배추와 시금치를 건넸고, 이 채소가 극에 반전을 줘 웃음을 준다.

“야채 설정 재미있죠? 은탁이 엄마가 저승에 가기 전 삼신할매에게 가끔 은탁이한테 가 채소 좀 챙겨주라고 부탁 하잖아요. 그래서 그 일환으로 시금치를 줘 은탁이를 핍박하는 이모 가족을 응징하고 도움을 준 게 아닐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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