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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한국인, 요가도 스포츠하듯 힘들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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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한국인, 요가도 스포츠하듯 힘들게 하네요

입력
2015.11.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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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프로스트 교수는 "태어나서 14개월 때까지 걷지도 못하고 가부좌 자세로 다녔을 만큼 요가는 어머니 뱃속부터 했다고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마틴 프로스트 교수는 "태어나서 14개월 때까지 걷지도 못하고 가부좌 자세로 다녔을 만큼 요가는 어머니 뱃속부터 했다고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한국인들은 다들 바쁘고 급합니다. 매사에 열심이죠. 그래서 요가도 스포츠를 하듯 열심히 힘들게 해요. 원래 요가는 오래 멈춰 있는 상태에서 마음을 비우는 건데 말이죠.”

최근 요가 사진집을 낸 마틴 프로스트(64) 전 파리 7대학 한국학과장은 25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인터뷰를 갖고 다이어트 운동으로 변질된 한국의 일부 요가 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유창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요가가 다른 스포츠와 다른 게 있다면 마음 자세”라는 것이다.

프로스트 교수는 1970년대 서울대에서 공부한 뒤 파리 디드로 대학 동양학부에서 20년 이상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고 1992년부터 96년까지 주한프랑스대사관 문정관으로 일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빼앗겼던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 만에 국내에 돌아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 공로로 최근 명예 한국 국적을 받았다. 한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연세대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집 ‘요가, 하늘가에서’(눈빛 발행)는 그가 1996년 임신 기간에 한 요가를 화보 사진으로 담아 펴낸 ‘우리 아이들은 동양인의 눈을 가졌어요’ 이후 19년 만에 낸 요가 책이다. 그는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논문도 써야 했고 아이들도 키워야 했기 때문에 내 전문 분야가 아닌 요가에 대한 책을 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과 글에 내면의 편안함을 조금이라도 담으려고 2년 반 동안 천천히 작업했다. “책이란 건 독자에게 주는 선물인데 쫓기듯 스트레스 받으며 급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사진은 이스라엘 출신 프랑스 작가 다나 레이몽 카펠리앙이 찍었다.

프로스트 교수와 카펠리앙은 서울 북촌 한옥마을ㆍ가회동ㆍ경동시장ㆍ매봉산ㆍ코엑스ㆍ봉은사, 강원 삼척ㆍ동해, 전북 전주, 전남 무안 등을 다니며 한국의 다양한 풍경을 담아냈다.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요가를 하기도 하고 시장 상인들 옆에도 찍었다. 도심 빌딩 안이나 주차장을 배경으로 한 사진도 있다. 그 중 요가와 가장 맞닿은 공간은 하늘과 바다다. 그는 “언제 시작했는지 언제 끝났는지 모르는 정신으로 하는 것이 요가”라고 말했다.

시장과 항구에서 찍은 건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그는 “옛날 한국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젠 시골에 가도 예전 모습이 보기 드문데 1976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좋았던 그 모습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말에 손사래 치는 시장 할머니들에겐 웃기는 얘기로 벽을 허문 뒤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도심 빌딩 컷은 “요가란 장소와 상관 없이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번 사진집은 요가를 설명하는 책도, 요가 동작을 가르치는 책도 아니다. 카펠리앙이 찍은 요가 사진과 프로스트 교수가 쓴 글은 외면보다 내면에 치중한다. 그는 “요가는 자세를 잡고 멈춰 있는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길가를 걸어 다니며 할 수도 있고 앉아서 대화하며 할 수도 있다”며 “고요한 마음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면 동작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의 해변에서 찍은 사진 옆에 프로스트 교수는 이렇게 적었다. “취한/ 나의 오감은 서서히 녹아/ 욕망의 바다로 들어간다/ 몸짓 하나하나 부드러워져/ 멈추고 만다/ 내 몸짓을 승화시키는 것이 나 자신인가/ 나를 안에서 끌어내는 것이 내 몸짓인가’

프로스트 교수는 한국인이 좋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인생이 좋다고 했다. 한국인의 매력은 정(情)과 한(恨)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정이 좋아요. 편해지죠. 하지만 한이 있기 때문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부잣집에서 살든 가난하게 살든 누구나 한이 있잖아요. 한국은 역사적으로 슬픈 일을 많이 겪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런 한국인의 마음이 좋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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