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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흥신소 위에 방관자 포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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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흥신소 위에 방관자 포털 있다

입력
2016.08.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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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털 광고 없이 영업 어려워”

간통죄 폐지 후 업체간 경쟁 격화

메인화면 노출 月 1700만원 달해

광고비 부담에 해킹 등 불법 감행

2. 허술한 포털 등록절차

몰카ㆍ도청 등 사생활 침해 행위만

확인되지 않으면 광고 게재 가능

“감시기능 강화하는 법 손질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해 한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알게 된 흥신소에 타인의 개인정보 조회를 의뢰했다가 범법자 신세가 됐다. 그는 “50만원을 우선 입금시키면 정보를 건네주겠다”는 흥신소 직원의 말에 속아 선수금을 뜯긴데다 불법 심부름센터에 일을 맡긴 사실까지 들통나 경찰에 적발됐다. A씨를 비롯해 정보유출에 연루돼 입건된 사람만 20여명. 하지만 정작 1년 넘게 흥신소 광고 게재를 허락한 포털은 광고비만 챙기고 법망을 유유히 피해갔다.

흥신소와 의뢰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포털이 불법 정보수집에는 눈감은 채 광고로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최근 민간조사업체 합법화 요구 등에 힘입어 흥신소 간 경쟁이 격화하고 온라인을 매개로 한 ‘사이버흥신소’까지 난립하면서 포털에 광고가 몰리고 있는 탓이다. 포털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놓인 흥신소 광고시장을 독점하면서도 윤리적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1일 한 포털 검색창에 ‘흥신소’를 입력하자 증거수집, 신변보호 등을 내세운 30여개 업체들이 메인화면에 떴다. 흥신소들이 이런 목 좋은 ‘포털 대문’에 사이트링크를 걸려면 막대한 광고비를 내야 한다. 기자가 직접 포털 측에 흥신소사이트 광고 견적을 의뢰해 보니 메인화면 맨위에 업체명을 노출할 수 있는 월 광고료는 1,700만원에 달했다. 서울 A흥신소 사장은 “광고비로만 한 달 매출 70~80%를 쓰고 있다”며 “요즘에는 포털 광고 없이 영업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비싼 광고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치솟는 광고비는 흥신소들을 불법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합법적 조사로는 의뢰인을 만족시키기도, 광고비를 감당하기도 힘들어 불법 영업으로 방향을 튼 업체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서울 B흥신소 관계자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를 적법한 것처럼 포장하는 흥신소도 있는데 의뢰인까지 제제를 받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산업 분류표상 ‘기타 서비스업’으로 명명된 겉모습과 달리 흥신소의 속살은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흥신소는 3,000여개 안팎. 과거에는 활동 영역이 미행, 사진촬영 등으로 국한됐지만 최근엔 위치추적, 해킹 등 첨단 수단을 동원해 마구잡이로 정보를 끌어 모으고 있다고 경찰은 분석한다. 2013년 청부살인 의뢰를 받아 경찰에 적발된 심부름센터 3곳은 월 평균 1,000만~3,000만원 광고비를 포털 측에 지불하고 키워드 검색 기능을 이용해 의뢰인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흥신소의 만연한 탈법ㆍ불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대행하는 포털 등록절차는 허술하기만 하다. C포털의 ‘흥신소ㆍ심부름센터 사이트 등록 기준’을 보면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몰카, 도청 등의 행위만 확인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광고 게재가 가능하다. 필요한 사업자정보 역시 상호, 사업자등록번호, 대표자명 등이 전부여서 대부업체나 유흥업소보다 조건이 단순하다.

현행 법체계 상 흥신소의 불법을 가려내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 유명 포털사이트 광고담당 관계자는 “광고를 중개하는 중도사업자는 광고주의 영업이 명백한 위법으로 드러나지 않을 경우 마케팅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도 “광고 사이트에 불법 조사임을 명시하는 문구가 들어있지 않은 이상 추정 만으로 포털 측에 시정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허위광고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매체들도 광고 내용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포털이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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