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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4000원 유력… 국민 건강 앞세우면서 물밑선 세수 확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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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4000원 유력… 국민 건강 앞세우면서 물밑선 세수 확보 경쟁

입력
2014.09.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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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1500원 올린 4000원 제시… 연간 추가 세수 3조6371억 전망

복지부 "국민건강증진기금 올려야" 안행부는 "담배소비세 늘려야" 주장

이제 10년 만의 담뱃값 인상은 확실해졌다. 관건은 인상폭.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배 가격을 4,5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지만(▶기사보기), 기획재정부는 그 보다는 낮은 4,0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부처들은 담뱃값 인상의 명분으로 ‘국민 건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물밑으로는 세수 확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3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담뱃값을 현재 2,500원(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기준)에서 1,500원 올려 4,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장관이 2일 언급한 4,500원보다는 500원 적은 액수. 그러나 기재부는 1,500원 인상도 기존 입장보다 크게 진전한 것이라 그 이상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4,000원이 유력해 보인다.

당초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500~1,000원 인상안을 고수했던 기재부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은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을 적극 지지하는 점 등을 감안해 인상폭을 올려 잡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이 1,500원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49%포인트 오른다. 기재부도 최근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1,500원 인상 시 0.46%포인트의 물가 인상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4%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최근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둔화되며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부담이 줄었다.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은 분명히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복지부는 2004년 담뱃값 500원 인상이 흡연율을 13%포인트까지 떨어뜨렸다는 점 등을 근거로 2,000원 올리면 37.6%(2012년 기준ㆍ15세 이상 남성)인 흡연율을 29.1%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 확실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담뱃값 1,500원 인상시 흡연율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담배소비세는 9,027억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부담금)은 1조9,596억원 늘어나는 등 5년간 연평균 총 3조6,371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이라고 관측했다. 기재부도 추가 세수가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린다. ‘세수 확보를 위해 만만한 흡연자를 쥐어 짠다’는 저항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특히 겉으론 입을 모아 ‘건강 증진’을 외치는 정부부처들은 그러나 물밑에선 치열한 세수 확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담뱃갑은 유통 마진 및 제조원가 39%(950원) 담배소비세 25.6%(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14.2%(354원) 지방교육세 12.8%(320원) 부가가치세 9.1%(227원) 폐기물 부담금 0.3%(7원) 등으로 구성된다. 복지부는 이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부담금)을 다른 항목에 비해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 부담금으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만들어 매년 60% 이상을 건강보험료에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흡연자의 돈을 더 걷어 건보료를 확충하는 것은 원인자 부담원칙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이유로 구멍 난 건보료 재정을 담뱃값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안전행정부는 만성적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위해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재부는 2004년 담뱃값 인상 시와 마찬가지로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담배소비세의 50%) 인상액을 건강증진부담금 인상액과 동일하게 맞추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해 야당에서는 소방안전세를 신설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어 세수 확보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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