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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DD, 팡과 이름 닮아 13배 올라… 美 황당한 급등주, 증시 버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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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DD, 팡과 이름 닮아 13배 올라… 美 황당한 급등주, 증시 버블 우려

입력
2020.06.16 0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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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성 베팅 판치는 美 ‘로빈후드 랠리’ 

 中 부동산기업 ‘팡DD’ 美 5대 IT기업 줄임말과 비슷해 급등 

 ‘니콜라 테슬라’ 연상 이름 덕에 수소트럭 니콜라도 2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니콜라 본사 모습. 유튜브 캡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니콜라 본사 모습. 유튜브 캡처

지난 한 주간 미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웠던 기업은 단연 수소트럭 제조업체 '니콜라'였다. 나스닥 상장 4일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폭등해 시가총액이 한때 자동차 제조사 포드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런 급등 배경에는 투자자들이 ‘니콜라’라는 회사명에서 테슬라를 떠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두 기업 모두 전설적인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에서 회사명을 따 왔다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30대에 니콜라를 설립한 트레버 밀턴의 야심 찬 경영 계획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성공 신화를 연상케 한다.

이 기업은 그러나 실제 차 한 대 제조한 적이 없는 스타트업이다. 올해도 전혀 매출 계획이 없다. 테슬라의 주가 1,000달러 돌파를 예견한 월가의 분석가 게리 블랙은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주문도, 가격도, 제조능력도 없이 (트럭) 그림과 약속만 있는 기업”이라며 니콜라 주가가 1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 증시의 급상승 흐름 속에 니콜라와 같은 ‘황당한’ 성공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외부 활동이 막힌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관심을 보이면서 갈수록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격은 한국의 ‘동학개미’와 사뭇 다르지만, 미국판 동학개미들은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로빈후드를 주로 쓴다고 해서 ‘로빈후드 이용자’로 불린다. 또 이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서브레딧(게시판) 이름인 ‘월스트리트베츠(r/wallstreetbets)’로도 불린다. 이들은 기존 투자원칙을 무시하고, 저평가 주식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게 특징이다. 비록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몇 주가의 이상 급등세를 주도하고 있다.

니콜라로 대표되는 ‘이름 투자’의 더 극단적인 예로는 중국의 부동산기업 ‘팡DD(fangdd)’가 있다. 이 기업은 지난 9일 10달러 언저리였던 주가가 갑자기 130달러까지 뛰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된 매수 이유는 미국 5대 정보기술(IT)기업을 줄여 부르는 팡(FAANGㆍ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철자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팡DD도 황당했는지, “투기성이거나 특이한 시장 움직임에 관해 논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데이브 포트노이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데이비 일일 국제거래’ 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최근 미국 투자전문 CNBC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데이브 포트노이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데이비 일일 국제거래’ 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최근 미국 투자전문 CNBC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이런 신흥 개미의 대표격 인사는 스포츠 베팅 관련 블로그를 운영해온 인터넷 유명인 데이브 포트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스포츠 베팅까지 막히기 전까지 주식을 거의 하지 않았던 그는,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150만 팔로워를 거느린 채 ‘데이비의 일일 국제 거래’란 이름으로 영상을 올리며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고 있다.

“첫째, 주식은 결국 무조건 오른다. 둘째, 불안하면 첫째를 봐라.” 최근 항공주 투자에 성공한 그는 항공주에서 손실을 보고 빠져 나간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보다 자신이 나았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주류 시장에선 이런 투자 행태가 최근의 자산 거품을 암시하는 신호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 베팅이 막히니 증시에 뛰어든 포트노이처럼 증시를 도박으로 여기고 ‘베팅하는’ 태도는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캔터피츠제럴드의 수석 전략가였던 피터 세치니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포트노이처럼 관심을 끌어모으고 과격한 투자를 하는 태도는 현재 시장이 얼마나 극단적이고 감정적인지 보여준다”고 적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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