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강기정 만나 뼈있는 발언… “끌려다니지 않겠다” 메시지
![주호영(왼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newsimg.hankookilbo.com/2020/05/15/202005151760360491_4.jpg)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부친상을 치르고 14일 공식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국회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여야 원내대표단이 출범하면 한동안 덕담만 주고 받는 ‘허니문 기간’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여권을 향해 ‘호락호락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다. ‘177석(더불어민주당) 대 84석(통합당)’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여당의 속도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주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차례로 만났다. 상견례 자리였으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뼈 있는 말이 오갔다.
문 의장은 “묵은 찌꺼기를 한 번에 계산하자”며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재발 방지법 등의 처리를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례적으로 화답하는 대신 “20대 국회 마지막이라 비집고 들어오는 법안이 많으면 졸속이 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숙성된 법안에 찌꺼기라는 표현은 안 쓰고 싶다”고 했다. 문 의장은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듣고도 주 원내대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강 수석이 ‘고용보험법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여러 민생 법안을 늦지 않게 처리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전하자, 주 원내대표는 “축하하러 오신 줄 알았는데 주문도 많으시다”고 받아쳤다. 또 “꼭 필요한 일은 늦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시간에 쫓겨 (실을) 바늘허리에 꿰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얼핏 부드럽게 들리지만 날카로운 경고였다. 국회의 기본 운영 원리는 ‘거의 모든 것을 교섭단체 간 합의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힘이 의석 수보다는 크다는 뜻이다. 더구나 판사 출신인 주 원내대표는 여의도에서 공인 받은 지략가로 꼽힌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첫 번째 공식 회동에서도 “신속에 쫓겨 너무 급하게 하다 보면 졸속이 될 수 있다. 졸속이 아닌 정속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성과와 속도’를 앞세운 김 원내대표를 견제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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