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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보다 ‘경제’에 방점 찍은 대통령 연설… ‘잘못된 신호될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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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보다 ‘경제’에 방점 찍은 대통령 연설… ‘잘못된 신호될라’ 우려도

입력
2020.05.11 0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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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클럽發 지역사회 감염 2차 유행 경고하는데 ‘방역 성공’ 강조 

 “클럽 방문자 많아 전수조사 힘들어… 성소수자 등 숨을 수도” 비상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의 핵심은 ‘국민의 힘으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왔고, 예기치 않은 집단감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의료체계와 경험을 갖춘 만큼, 남은 임기에는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전문가들이 2차 대유행까지 예상하고 있지만, 충분히 확산을 통제ㆍ관리할 수 있어 경기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발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연설이 자칫 ‘방역 성공’만 강조했다는 신호를 줄 경우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상 복귀를 마냥 늦출 수 없다”며 “방역이 경제의 출발점이지만, 방역이 먹고 사는 문제까지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4개월 동안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경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그간 방역이 중심이었던 행정력을 경제에 투입하기로 한 데에는 “국내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며 방역과 일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일상으로 전환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 수만명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이 국내에서는 최근 확진자가 10명 안팎에 그쳤고, 이를 바탕으로 3월 22일부터 시행했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더욱 경계하며 방역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다”면서도 ‘경제 전시상황’에 맞서 자원과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황금연휴 기간 우려했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면서 ‘생활방역’을 철회하고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 수가 예상보다 많고, 성소수자 문제까지 겹쳐 방문자 전수조사가 속도를 내기 힘들 것”이라며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집단감염 사태를 야기한 경기 용인 66번 환자(29세 남성)의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지역사회 어딘가에서 신종 코로나가 이미 확산됐을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20~30대의 확진환자 비율이 38.42%(10일 0시 기준)로 가장 높지만 20대 연령에서는 사망자가 없고, 30대에서는 2명에 불과해 신종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슈퍼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방역체계와 경험만으로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태원에서는 적어도 200~300명 정도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클럽을 방문한 사람과 이들과 밀접 접촉한 이들이 백화점, 콜센터, 의료기관 등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우리의 방역과 보건의료체계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했다”는 문 대통령의 연설이 시기상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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