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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분 먹인 교회… 논란 커지자 ‘사랑’ 내세워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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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분 먹인 교회… 논란 커지자 ‘사랑’ 내세워 사과

입력
2020.05.06 12:09
수정
2020.05.0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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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빛과진리교회’

신앙 내세워 갖가지 가학행위 강요

“교회 강제 해산하라” 비판 잇따라

‘신앙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소재 한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장문. 홈페이지 캡처
‘신앙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소재 한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장문. 홈페이지 캡처

서울 동대문구의 한 교회가 ‘신앙 훈련’ 명목으로 교인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가학 행위를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교회는 뒤늦게 ‘더욱 사랑을 지향하는 교회가 되겠다’는 사과문을 내놨지만, 이 교회를 강제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여론은 싸늘하다.

6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등에 따르면 교인들에게 신앙 훈련을 이유로 가학 행위를 강요한 교회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빛과진리교회’다. 지난 5일 평화나무는 이 교회를 탈퇴한 24명과 함께 ‘빛과진리교회 김명민 목사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신분노출을 우려해 하얀색 천막 뒤에서 이 교회의 실상을 낱낱이 까발렸다.

탈퇴 교인들은 교회 측이 신앙 훈련을 이유로 교인들에게 말도 안 되는 가학행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리더십을 길러준다면서 자신의 인분을 먹게 한 게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공동묘지에서 매맞기 △차량 트렁크에 갇혀있기 △찜질방 불가마에 들어가 견디기 △돌아가며 매 맞기 등과 같은 행위도 신앙 훈련을 이유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교회로부터 지속적으로 가학 행위에 시달리다 결국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교인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8년 10월 한 교인은 신앙 훈련 명목으로 자행된 ‘잠 안 자고 버티기’ 훈련을 받다 뇌출혈로 쓰러져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최근 서울북부지검에 이와 관련한 고소장이 접수됐고, 현재 수사 지휘를 받은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선 탈퇴 교인들은 “김명진 담임목사는 비상식적이고 가학적 훈련으로 교인들을 길들이고 착취했다”며 “일종의 ‘그루밍 범죄’를 저질러온 김 목사를 법적 처벌하고 교회를 강제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번지자 빛과진리교회는 이날 김명진 담임목사 명의로 ‘아픔을 보듬고 더욱 사랑을 지향하는 교회가 되겠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교회 측은 “탈퇴 교인들이 이런 심경에 이르기까지 경험했을 허탈한 마음과 분노를 생각하니 저희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더 정중하지 못하고 사랑의 표현을 아꼈던 것을 고개 숙여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퇴 교인들이 주장한 가학 행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교회 측은 “믿음의 자녀들이 서로 의견이 달라 법정에 서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득이하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히고 이 상황을 속히 해결해 보다 건강한 교회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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