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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패권’ 선봉 화웨이, 유럽 진출 문턱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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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패권’ 선봉 화웨이, 유럽 진출 문턱서 흔들

입력
2020.05.04 21:00
수정
2020.05.04 23:4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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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 앞을 지난달 22일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 앞을 지난달 22일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기술패권’의 상징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유럽시장 공략에 고비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경제활동이 중단돼 사업 일정이 늦어진, 단순한 지연 문제가 아니다. 안보 위협론을 앞세운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 5세대(5G) 통신망 기술 도입을 결정했던 유럽 국가들의 달라진 ‘중국관’이 걸림돌로 대두됐다.

3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이는 즉각 화웨이 장비 도입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독일과 영국 정부가 필수 자재나 의약품 분야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실을 우려해 화웨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핵심 인프라인 통신망을 구축하는 업체를 정할 때 회사의 국적은 중요한 고려 대상일 수밖에 없다. 불량 마스크 사태 등을 겪으며 ‘높은 중국 의존도’가 낳은 부작용을 절절히 체감한 터라 화웨이 신중론이 한층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전 제한적인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선언했던 영국 정부는 이미 3월에 의회 반발에 부닥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집권 보수당 의원들조차 반대해 정부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급해진 화웨이 측이 영국 정부에 통신망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나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다.

감염병만 없었다면 화웨이의 유럽 진출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국가 기밀’ 유출을 이유로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는 미국의 거듭된 압박에도 유럽 국가들은 줄줄이 중국산 5G를 택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감안한 결단이었다. 화웨이는 2월 유럽 제조공장 설립 계획까지 밝히며 굳히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대세를 일거에 뒤집은 것이다.

이제는 미국이 쐐기 박기에 나선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중국 공산당이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행동하지 못했고, 자료를 적절한 방식으로 다루지 못했다”면서 “(이를 본) 많은 국가가 통신 구성에 대해서도 재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거짓만 일삼으니 화웨이 제품도 쓰지 말라는 공개 경고였다.

다만 아직 화웨이 도입 결정을 공식 철회한 나라는 없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 소속 카리사 니체 연구원은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럽 입장에선 결정 번복 이후 중국의 보복이 우려되고 현재로선 마땅한 기술 대안 역시 없다.” 미 행정부가 압박 수사를 넘은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화웨이의 유럽 입성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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