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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대표 사과 후 실신… “죄송하다가 다냐” 유족들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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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대표 사과 후 실신… “죄송하다가 다냐” 유족들 고성

입력
2020.04.30 18:17
수정
2020.05.01 00: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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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유족 반발에 합동분향식 미뤄져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후 피해자 가족이 전화통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후 피해자 가족이 전화통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화재로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렉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으로 달려온 유가족들은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오열하며 무너졌다. 시공사 대표가 무릎 꿇고 사과를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 분노하며 통곡했다.

물류창고 시공사 건우의 이상섭 대표는 30일 오후 2시쯤 유가족 임시 거처가 마련된 이천시 모가실내체육관을 찾아 사죄했다.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 무릎을 꿇은 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를 되풀이하며 흐느꼈다. 이 대표는 오열하며 “제가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고 상황 설명이나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자 유가족들은 “대책과 사고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겠다고 하고선 죄송하다가 다냐”며 고성을 질렀다.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후 시공사 대표가 유족들에게 사과한 뒤 들판에 쓰러지자 의료진이 이송하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후 시공사 대표가 유족들에게 사과한 뒤 들판에 쓰러지자 의료진이 이송하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간 지 3분도 안돼 업체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아 체육관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대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대표는 이내 체육관 앞에서 실신했다.

유가족들은 엎드려 있는 그를 향해 “아픈 사람이 누군데 누가 아파하고 있느냐” “꾀병 부리지 마라”라고 외치며 절규했다. 이 대표는 인근에 대기 중이던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건설사 근무 경험이 있다는 한 유가족은 “어제 건우에 출력일보(현장 인력 출입 현황)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업체 관계자가 타버려서 없다는 식으로 둘러댔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대표가 떠난 뒤 체육관에는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수시간 동안 울려 퍼졌다.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11㎞ 떨어진 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피해자 유가족들이 눈물 짓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11㎞ 떨어진 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피해자 유가족들이 눈물 짓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도 유가족들의 흐느낌은 계속됐다. 사고 현장에서 15㎞ 정도 떨어진 합동분향소에는 낮 12시부터 유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헌화가 시작된 오후 5시쯤에는 100여 명이 분향소에 모였다. 이들은 떠난 가족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연신 눈가를 닦거나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영정이 놓인 탁자를 쉴새 없이 주먹으로 내리치는 유가족도 있었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아들아, 아들아. 어떻게, 어떻게. 엄마가 사랑해, 엄마가 정말 사랑해”라며 영정사진을 향해 통곡했다.

이날 예정됐던 합동분향식은 “아직 죽었는지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왜 조문을 받느냐”는 유가족들의 반발로 미뤄졌다. 분향식을 준비한 이천시청 관계자는 “DNA 감식결과가 나올 때까지 분향식을 미루겠다”고 말했다.

이천=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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