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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산불, 양간지풍 타고 동으로… 서쪽 하회마을ㆍ병산서원은 화마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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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산불, 양간지풍 타고 동으로… 서쪽 하회마을ㆍ병산서원은 화마 피했다

입력
2020.04.26 22:37
수정
2020.04.26 22:4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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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000배 규모 산림 태우고 3일 만에 진화… 터전 잃은 주민들 망연자실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산불로 모두 타버린 한 주택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산불로 모두 타버린 한 주택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축구장 1,000개 면적의 산림을 태우고 사흘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적었고 인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도 무사했다. 국지성 강풍이 대규모 산림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산불은 지난 24일 오후3시39분쯤 풍천면 인금리 야산에서 시작됐다. 서쪽에서 불어온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진 산불은 인금리 바로 옆 남후면 하아리와 상아리를 덮쳤고, 주민 300여명이 마을회관과 청소년 수련관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튿날 산림당국이 헬기 24대와 진화인력 1,600여명을 투입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낮부터 불어닥친 초속 8m 안팎의 강풍 때문에 산불이 되살아났다.

동쪽으로 10여 km 떨어진 남후면 검암리까지 번진 산불은 26일 완전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1,000개 면적의 삼림 800ha와 주택 4채, 축사 4개동이 불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발화지점 서쪽에 위치해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안동 산간지역 주민들은 순식간에 생활터전을 잃고 말았다. 26일 경북 안동 남후면 고하리 마을에서 만난 김익동(72)씨는 산불로 형체가 사라진 집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김씨 주택 좌측 벽은 화마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마당에 있던 트랙터와 고추건조기도 전소됐다. 침구와 책장 및 가전제품 등 가재도구는 화재에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40년간 고하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씨는 “강한 바람을 타고 온 불똥이 뒷산으로 번진 뒤 집까지 옮겨 붙었다”면서 “30분만에 집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전했다.

고하리의 한 양돈 농가는 이번 산불로 돼지축사 건물 4동과 돼지 800마리를 한꺼번에 잃었다. 축사 주변엔 온몸에 화상을 입은 돼지 서너 마리가 바닥에 누워 간신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불에 탄 수백 마리 돼지가 풍기는 악취에 마스크를 착용한 방역 관계자들도 표정을 찡그릴 정도였다. 주민들은 “산불이 돼지축사로 번지는 바람에 손도 쓰지 못하고 당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야산과 인접한 밭에 심은 농작물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고하리 인근 단호리에서 유독 피해가 컸다. 단호리 주민 건모(57)씨의 경우 감자밭 200평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고추를 심기 위해 비닐 씌우기 작업을 해놓았던 고추밭도 전소됐다. 산불이 발생한 사흘 동안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는 건씨는 “동네 어르신들을 대피시키고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뛰어다니느라 농작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소방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하리의 한 주민은 “산불이 발생한 24일부터 3일 내내 소방당국이 마을마다 소방차를 배치하고 물대포와 방수포를 활용해 마을로 접근하는 산불을 차단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막았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안동 산불의 원인으로 봄철 국지성 강풍이자 서풍인 양간지풍을 지목하고 있다. 양간지풍은 해마다 봄철 국지성 강풍으로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기도 한다. 봄철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 상황에서 서풍의 기류가 형성될 때 주로 발생한다. 국지적으로 강한 돌풍을 동반하며 산림이 우거진 영동지역 봄철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양간지풍 영향을 받아 초속 35m의 강한 바람을 타고 속초ㆍ고성 지역으로 확산했다.

안동=권정식 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안동=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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