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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누구나 맞을 수 있을까… 국산 후보 5월 첫 영장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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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누구나 맞을 수 있을까… 국산 후보 5월 첫 영장류 실험

입력
2020.04.13 04:30
수정
2020.04.13 11: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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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는 시장성에 달려… “곧 겨울 오는 남반구 확산 여부가 관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독려하면서 국산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코로나19가 다시 발생하더라도 그 전에 백신이 상용화하면 이번 같은 세계적 대유행은 막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예방접종처럼 누구나 맞을 수 있게 되기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2일 과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은 7, 8곳으로 파악된다. 이미 미국 일부 기업들이 실제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다소 늦지만, 일반적인 신약개발 속도와 비교하면 진행이 상당히 빠르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코로나19 백신의 종류
[저작권 한국일보]코로나19 백신의 종류

개발이 가장 앞선 건 유전자 백신으로 꼽힌다. 유전자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특징적인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변형한 유전자(DNA, RNA)를 몸 속에 주사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 유전자가 몸에 들어가서 만든 단백질을 인체내 면역체계가 진짜 바이러스라고 착각해 대응 태세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 이노비오와 모데르나는 각각 DNA와 RNA로 만든 코로나19 백신으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제넥신의 DNA 백신도 이르면 다음달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DNA 백신은 암을 중심으로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해왔을 뿐 아직 다른 질병에서도 상용화한 사례는 없다. 효능과 안전성 검증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감염병 연구자는 “현재 개발 속도라면 내년 여름쯤엔 DNA 백신 제품이 나올 것 같다”면서도 “한 번 맞는 데 수십~수백만원은 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기존 설비를 이용해 제품화가 가장 용이한 기술은 서브유닛(합성항원) 백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나타나는 단백질 가운데 면역체계가 잘 기억하는 핵심 부위(서브유닛)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주성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성분이 몸에 들어가면 면역체계가 진짜 바이러스인 줄 알고 대응할 준비를 하게 된다. 백신 생산 경험이 많은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려는 게 바로 이 서브유닛 백신이다.

일부 기업은 항체를 이용한 백신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나 이와 유사한 병에 걸렸다 완치된 사람들에게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이 우수한 항체(중화항체)를 찾아내는 것이다. 중화항체는 대게 치료제로 쓰이지만, 동물실험에서 일시적인 예방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치료제와 백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있지만, 수많은 항체를 탐색해야 하는 데다 예방 효능에 대한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는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두 가지 백신 후보를 다음달 실험용 원숭이에게 접종해 예방 효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유전자나 단백질(서브유닛) 백신 중 서로 다른 두 종류를 영장류에 투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효과가 확인된 성분은 향후 사람 대상 임상시험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실생활 적용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백신 접종의 목적은 건강한 사람에게 맞혀 예방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만들려면 상용화 전 반드시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과학자들 사이에선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내년 안에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면 접종 대상은 의료진이나 고위험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감 백신처럼 모두가 맞는 게 아니라 ‘제한적 상용화’가 먼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경제적인 부문 역시 따져볼 대목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 당시 국내외 여러 기업이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유행 종료와 함께 중단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기업으로선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가 신종 인플루엔자처럼 향후 계속해서 나타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곧 겨울이 오는 남반구에 코로나19가 얼마나 더 확산할 지가 백신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남반구 지역은 북반구보다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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