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 때 술집은 물론 대중음식점에서도 주변에 어린이가 있든 없든 담배를 꺼내 무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흡연자의 천국’이라 불렸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일본에서는 이달 1일부터 실내 흡연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2018년 도쿄올림픽 준비 차원에서 간접흡연을 막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결과다. 지난해 7월부터 학교ㆍ병원ㆍ아동복지시설ㆍ행정기관 등의 부지 내에서 흡연이 금지된 데 이어 도쿄올림픽 1년 연기와 무관하게 이달부터는 전면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4월 1일 이후 신규 점포와 면적 100㎡ 이상ㆍ자본금 5,000만엔 이상 점포에선 흡연실 설치가 가능하다. 흡연실은 환기 시설을 갖춘 별도 구획에 설치돼야 한다. 흡연을 주 목적으로 한 바와 스낵 등에서의 흡연은 여전히 가능하고, 흡연실이 있는 음식점은 입구에 이를 알리는 표지판을 게시해야 한다. 후생노동성은 “간접흡연을 원치 않는 이들은 표지판을 보고 음식점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반시엔 최대 30만엔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외식업계는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조이풀’은 전국 762개 매장 중 2%에 해당하는 19개 매장에만 흡연실을 설치했다. 또 금연에 따른 고객 구성에 변화를 예상해 여성과 아동들을 위한 메뉴를 강화했다.
흡연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복병도 만났다.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밀폐ㆍ밀집ㆍ밀접 등 3가지 조건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실내 흡연실은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여 근접거리에서 대화하는 등 악조건을 모두 갖춘 장소다. 이에 지난 7일 긴급사태 선언 전후로 도쿄도는 음식점 등에 설치된 실내 흡연실은 물론 옥외 공중 흡연소까지 일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금연학회는 최근 홈페이지에 실내 흡연실과 옥외 공중 흡연소 폐쇄를 촉구하고 금연을 호소하는 글을 게재했다. 국제결핵ㆍ폐질환연맹도 지난 6일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에 따른 금연과 담배의 제조ㆍ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8년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성인남녀의 흡연율은 각각 29.0%, 8.1%다.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ㆍ사망자 중 남성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 흡연과의 연관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일본에선 현재까지 감염자 중 남성 비율이 약 60%이고 사망자의 경우 70%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유럽 내 코로나19 사망자의 3분의 2가 남성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이 중증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흡연을 꼽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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