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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이용자’ 잡겠다고…채팅 창 유인해 ‘신상털이’까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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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이용자’ 잡겠다고…채팅 창 유인해 ‘신상털이’까지 해야 하나

입력
2020.03.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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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방 열어 n번방 이용자 유인…개인정보 알아낸 후 SNS에 공개

관련 없는 일반인도 낙인…“실제 이용자라도 신상털이는 처벌 가능”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설된 n번방 사건 가해자 신상공개 페이지. 23일 운영자는 “저도 일반인으로 고소를 당하는 게 무서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동안 올렸던 가해자 신상정보들은 다 내리고, 정확히 가해자라는 게 밝혀진 사람들만 짚어서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설된 n번방 사건 가해자 신상공개 페이지. 23일 운영자는 “저도 일반인으로 고소를 당하는 게 무서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동안 올렸던 가해자 신상정보들은 다 내리고, 정확히 가해자라는 게 밝혀진 사람들만 짚어서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를 포함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n번방 사건’과 관련, 누리꾼들이 사건 관련자라며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과 관계 없는데도 가해자로 잘못 알려지면서 또 다른 피해가 양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n번방 기록 삭제해줄게’ 오픈 채팅방의 진실

n번방 기록을 삭제해주겠다는 오픈채팅방의 대화 내용. 개설자는 n번방 이용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n번방 기록을 삭제해주겠다는 오픈채팅방의 대화 내용. 개설자는 n번방 이용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2일 카카오톡에는 ‘텔레그램 접속 기록을 삭제해주겠다’는 내용의 오픈채팅방이 무더기로 등장했다. 채팅방 개설자들은 n번방 이용자들을 상대로 1~3만원에 접속 기록을 삭제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n번방 이용자들의 신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기 위한 일종의 함정이었다. 이렇게 확보된 개인정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일파만파 퍼졌다. 카카오 측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23일 관련 채팅방은 모두 사라졌다.

n번방 운영자뿐 아니라 이용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 이용자를 직접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성착취 영상물을 보기 위해 n번방에 들어온 이용자도 가해자라 할 수 있는 만큼 신상공개가 마땅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신상이 공개된 사람이 실제 n번방 이용자라 하더라도 이 같은 행위는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이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처리했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채팅방에 끌어 들여 기록 삭제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았을 경우엔 사기죄도 성립할 수 있다.

법무법인 거산의 신중권 변호사는 “처벌받아 마땅한 사람이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신상정보를 유포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공공 이익에 관해서일 경우 처벌 받지 않을 수 있지만, 공익 목적이 성립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사방 운영자 아닌데’…SNS 타고 거짓 정보 속출

'텔레그램 n번방' 중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n번방' 중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신상털이 과정에서 사건과 연관이 없는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SNS에서 ‘박사방’ 운영자라며 한 남성의 사진과 함께 이름, 나이 등이 공개됐지만, 23일 언론매체를 통해 실제 운영자의 얼굴이 공개되며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최근 SNS에는 n번방 사건 관계자의 신상 정보와 제보를 받는 계정이 다수 등장했다. 한 계정 운영자는 n번방 이용자라며 20대 남성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개했다가 가짜정보로 알려지자 뒤늦게 글을 내렸다.

이 운영자는 23일 “일반인 신상을 일반인이 올리는 것이 잘못 된 일임을 알지만 같은 여자 입장에서 불안감을 느껴 이 계정을 활성화시켰다”며 “(앞으로) 사건의 가해자라는 사실이 명확한 사람들만 짚어서 (신상정보를) 올리도록 하겠다”고 SNS 운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사실 관계를 떠나 신상정보를 유포한 사람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신상정보에 동조하며 욕을 하는 댓글을 달았을 경우에도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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