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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사방 조주빈 협박에 피해여성ㆍ회원 극단적 선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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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사방 조주빈 협박에 피해여성ㆍ회원 극단적 선택까지”

입력
2020.03.24 19:30
수정
2020.03.24 21: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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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등 가해자 추적 A씨 “회원 약점 잡아 피해여성 착취 강요” 

 조씨 25일 포토라인, 성범죄 첫 신상공개… 경찰 특별수사본부 설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맨 왼쪽)이 봉사활동 중 찍은 사진. 인터넷 캡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맨 왼쪽)이 봉사활동 중 찍은 사진. 인터넷 캡처

성착취 동영상 공유방인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의 신상공개를 계기로 그의 잔인한 범행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강요ㆍ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만든 것은 물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들어온 이용자의 약점까지 잡아 금품을 갈취했다. 견디다 못한 피해 여성들과 협박에 시달리던 이용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성폭력 처벌법으로 조씨를 구속한 경찰은 신상을 공개한 데 이어 여죄를 캐고, 법무부는 비밀 대화방을 조직폭력배처럼 운영했다는 의미에서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n번방’과 후속으로 등장한 ‘박사방’ 등 성착취 동영상 공유방의 운영자 및 이용자를 추적해 온 A씨는 2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성착취 동영상을 제공한 피해 여성들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범죄 가담자들의 신원 공개 사이트 ‘주홍글씨’를 운영하고 있는 A씨에 따르면, 범인 조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피해 여성의 사례를 채팅방에서 자랑 삼아 떠벌리면서 또 다른 여성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박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씨는 수위가 높은 동영상을 제공하는 ‘고액방(VIP방)’을 운영하면서, 발목이 잡힌 고액방 회원들을 협박해서 피해 여성을 착취하는 직원처럼 부리기도 했다. A씨는 “몇 달간 박사의 협박에 시달리던 이용자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말을 들었고, 박사에게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지인은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범인 조씨는 주로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건만남’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 나온 피해 여성 또한 “생활비가 부족해 채팅 어플들을 찾아보다가 조건 만남 이런 걸 보게 됐다”고 범인 조씨와 만난 과정을 설명했다. "스폰서를 해주겠다"면서 여성들에게 접근한 조씨는 피해자에게 스미싱 파일을 보내거나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피해자들을 협박해서 불법 동영상을 착취했다.

조주빈 학보 기고 중 한 편. 학보 캡처
조주빈 학보 기고 중 한 편. 학보 캡처

경찰은 범인 조씨에게 당한 여성 피해자를 70여명, 미성년자는 16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박사방을 이용한 남성 회원은 약 1만명으로 추산된다. A씨에 따르면 입장료가 150만원인 VIP방의 경우 10~20명 정도로 회원을 제한했고, 5,000원부터 시작하는 일반방은 최대 1만명까지 받았다.

박사방 공범 중에는 지방의 한 시청 8급 공무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이밖에 공범이 협박하던 여성의 자녀 살해를 음모하고 공범에게 돈만 받아 챙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잔인한 범행에 대해 법무부는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반성한다”면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범죄에 가담한 가해자 전원을 끝까지 추적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대화방을 개설ㆍ운영한 관여자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 처벌하고 운영에 가담한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대화방에 참여한 회원(관전자)에 대해서도 공범으로 적극 의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또한 이날 범인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강력 처벌을 시사했다. 서울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라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성폭력 특별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등 7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조씨를 25일 검찰에 송치하면서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갈수록 지능화하고 잔혹해지는 디지털 기기 이용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이날 설치해 바로 운영에 들어갔다. 특별수사본부는 국내 수사뿐 아니라 국제 공조와 피해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한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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