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사이 약 1만명이나 증가하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미국에 머물던 유학생이나 교민들이 속속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료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 비용을 감내하고라도 귀국을 서두르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워싱턴DC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직항 편도 노선의 티켓 가격은 29일 기준 413만원으로, 같은 날 인천공항에서 워싱턴DC로 가는 가격의 3배에 달한다. 대부분 비행기 티켓 가격이 평소의 2~3배 올랐고, 그마저 매진인 경우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운항 편수가 줄었는데, 이용자는 몰리다 보니 항공료가 폭등하고 있다.
항공료 상승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23일(현지시간) 기준 최소 4만69명이다. 하루 사이 약 1만 명이 늘며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국가가 된 것이다. 사망자도 472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내 유학생이나 교민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건강을 헤치는 것은 물론 치료비 폭탄까지 떠 앉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19일 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코로나19 확진자 데니 아스키니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2월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았는데, 그가 몸을 회복하는 데까지 든 비용은 총 3만4,927달러(약 4,446만원)에 달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검사 및 치료비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비용 보조는 기본 검사 등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는 게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의 경우 명확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보험이 없다면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선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될 경우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교민들이 늘면서 국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검역 조치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8,961명 중 해외 유입 사례는 144명이다. 미국에서 들어온 사람은 22명으로 유럽(84명) 다음으로 많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유럽 외 다른 국가 입국자에 대한 검역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유럽에서 온 모든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서 14일간 자가격리자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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