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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 전화해 “병상 협조 좀”… 정세균 총리의 조용한 ‘대구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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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 전화해 “병상 협조 좀”… 정세균 총리의 조용한 ‘대구 활약’

입력
2020.03.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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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19일간의 ‘대구 체류’ 마치고 서울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대구 서구 쪽방촌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생필품 및 의료물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대구 서구 쪽방촌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생필품 및 의료물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ㆍ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자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며 대구로 향했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서울로 복귀했다. 지난달 25일 ‘대구 체류’를 시작한지 19일만이다.

‘대구ㆍ경북 상황이 잡힐 때까지 머무르겠다’던 정 총리가 다시 돌아온 건, ‘큰 불은 잡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0명 증가하고 완치자는 177명을 기록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골든크로스’를 기록했다.

서울 구로구의 콜센터 등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관리 역량을 전국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서기를 좋아하는 게 정치인의 일반적 속성이지만, 정 총리는 다르다. 그는 대구에 머무는 동안 특유의 ‘침착하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부지런히 현장을 챙겼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준비하는 병원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대구=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준비하는 병원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대구=뉴스1

 

 ◇기업에 전화 돌려 “생활치료센터 좀…” 

정 총리는 ‘병상 확보’ 문제 해결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게 정부 인사들의 평가다. 대구ㆍ경북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어나 입원하지 못하고 대기하던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하자 정 총리는 실무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화를 돌려 병상 확보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전화로 병상 구하는 게 정 총리 업무의 절반 이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군대구병원이 대표적 사례다. 군이 보유한 국군대구병원은 지난달 23일 국가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됐고, 이후 기존 98병상을 300여개로 늘리는 공사가 진행됐다. 정 총리가 실무진 지시를 상당 부분 생략하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직접 협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정 장관과 함께 국군대구병원을 찾아 “국군병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결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과도 통화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콘도, 연수원, 교육원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청하기 위해서다. 정 총리가 직접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하자, 오히려 기업 관계자들이 총리실 실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왜 총리가 직접 전화를 거는지’를 묻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인력개발원, LG디스플레이 구미기숙사, 경주 현대자동차 연수원 등이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9일 오전 대구시 북구 대구시청 별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구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대구=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9일 오전 대구시 북구 대구시청 별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구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대구=뉴스1

 

 ◇무감염 인증제ㆍ마스크 구매 5부제 아이디어도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각국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출장이 어려워진 기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한국발 여행객에게 문을 닫아 버린 상황에서, ‘해당 여행객이 코로나19 확산과 무관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증하면 조금이나마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냐는 아이디어어였다.

당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이 “다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하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보건학적이나 의학적으로 볼 때 감염이 없다는 것을 인증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정 총리와 실무진이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양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뜻을 관철시켰다. 현재 정부는 정부가 발급한 건강확인서를 소지한 기업인의 방문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두고 여러 국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마스크 구매 5부제’도 정 총리 아이디어였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출생연도가 짝수면 짝수일에, 홀수면 홀수일에 구매한다’는 2부제를 도입하겠다고 정 총리에게 보고했는데, 정 총리는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스크 5부제를 직접 꺼내 들었다고 한다.

물론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미리 세웠어야 한다는 비판에선 정 총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 총리는 8일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콩 한쪽도 나눈다는 심정으로 양보와 배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신천지로부터 전체 신도 명단 및 연락처를 받은 것도 총리실 성과로 꼽힌다. 서울에 남아있던 총리실 민정실이 신천지를 설득했고, 지난달 25일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후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과 실제 교인 명단이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제력을 동원하는 일도 있었으나, 신천지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총리실의 공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대구의 한 약국을 찾아 약사와 이야기를 하며 판매를 앞둔 마스크를 살펴 보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대구의 한 약국을 찾아 약사와 이야기를 하며 판매를 앞둔 마스크를 살펴 보고 있다. 뉴스1

 ◇부지런히 다녔지만 ‘일정을 위한 일정’ 비판도 

정 총리는 대구ㆍ경북 지역에 머무르면서 상당히 많은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일정이 많았던 날은 지난달 28일. 권영진 대구시장 면담,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대구시의회 의장 및 시의원 면담, 대구축산농협본점 하나로마트 및 일선약국 마스크 수급상황 점검 등 자그마치 8개였다.

그러나 모든 일정이 실효성 있었는가 하는 데 있어선 갸우뚱하는 시각도 많다. 가령 정 총리는 마스크 구매 5부제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려는 취지에서 9일 대구의 약국을 찾았는데, 정 총리가 약국을 방문한 시각은 대구 지역에서 관련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었다. 해당 약국은 또 평소에도 마스크 구매 줄이 그다지 길지 않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날 방문에서 약국 관계자가 마스크 소분포장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정 총리가 이를 바로 보완하도록 현장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6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정부서울청사, 전국 지자체와 영상으로 연결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6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정부서울청사, 전국 지자체와 영상으로 연결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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