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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동안 5,900억’ 억만장자의 블룸버그는 대선자금을 어디에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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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동안 5,900억’ 억만장자의 블룸버그는 대선자금을 어디에 썼나

입력
2020.03.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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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지원 부대’도 꾸려, 직원 평균 월급 약 300만원 

중도 성향의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 화요일’인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중도 성향의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 화요일’인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막대한 돈으로도 유권자 마음을 얻기란 힘들었다. 미디어그룹 ‘블룸버그 통신’ 창립자인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대선 도전이 허망하게 끝났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4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도전한 지 101일 만에 중도 하차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른 주자에 비해 한참 늦은 지난해 11월, 출마를 선언했다. 출사표가 늦은 만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선거전에 속도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3일 14개 주에서 실시된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참패한 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사퇴를 결정했다. 그는 “내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와 똑같은 이유로 경선에서 하차한다. 그건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서”라며 이날 대승을 거둔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대선 도전이 화제가 된 건 막대한 자금력 때문이기도 하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블룸버그 전 시장은 개인 돈 5억 달러(약 5,966억원)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폭스뉴스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블룸버그 전 시장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대의원 53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 기준대로라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대의원 1명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돈, 약 111억원을 쓴 셈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3일(현지시간) 밤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진행된 유세 도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초반 4개 주 경선을 건너뛰고 14개 주 경선이 같은 날 열리는 ‘슈퍼 화요일’에 맞춰 등판했으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웨스트팜비치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3일(현지시간) 밤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진행된 유세 도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초반 4개 주 경선을 건너뛰고 14개 주 경선이 같은 날 열리는 ‘슈퍼 화요일’에 맞춰 등판했으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웨스트팜비치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미디어그룹 창립자답게 짧은 시간 안에 유권자에게 본인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전략을 썼다. 수단은 광고였다. 그는 다른 주자에 비해 반년 이상 늦은 경선 출마로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경선 첫 4개 주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 4개 주를 포기하고, 전체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걸린 ‘슈퍼 화요일’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펼쳤고, 짧은 시간 동안 유권자의 눈과 귀에 더 많이 노출돼야 했다.

그는 TV를 비롯해 포털 사이트 검색 광고, 페이스북,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에 집중 투자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출마 선언 이후 8주간 약 2억4,500만 달러(약 2,900억원)를 광고에 쏟아 부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라고 불리는 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 TV 광고도 사들였는데 60초에 1,100만 달러(약 131억원)에 달한다. 미국 정치계의 또 다른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블룸버그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슈퍼볼 TV 광고를 60초 사들이며 당시 둘의 ‘돈 대결’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텍사스 주에서 집행한 TV 광고 비용만 2,000만 달러(약 238억원)라고 전했는데, 이 주에서 집행된 전체 대선 후보들의 TV 광고 총액이 2,600만 달러(약 31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광고 비용의 80%를 블룸버그 전 시장이 독차지한 것을 볼 수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슈퍼볼 광고 한 장면. AP=연합뉴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슈퍼볼 광고 한 장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볼 광고 한 장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볼 광고 한 장면. AP=연합뉴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광고 외에 선거운동 캠프에도 거금을 뿌렸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캠프 본부를 두고, 전국적으로 125개 사무소를 차려 2,000여 명의 직원을 뒀고, 초임 직원 월급이 약 6,000달러(약 716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SNS에 블룸버그 전 시장에 관한 홍보 글을 올리거나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 등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일명 ‘SNS 지원 부대’를 꾸렸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약 500명인 이들 직원은 일주일에 20~30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 평균 2,500달러(약 298만원)를 받았다. 이 같은 엄청난 물량 공세의 끝은 사퇴로 마무리 됐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우리 돈 6,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참패를 받아들이며 대선 경선에서 물러났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2018년 추정한 블룸버그 전 시장의 순자산은 약 500억 달러(약 59조6,000억원)로, 세계 11번째 부자에 해당하는 자산이다. 증권회사 살로몬에서 15년 동안 일하다 1981년 해고된 블룸버그 전 시장은 같은 해 금융 정보와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그룹 ‘블룸버그 통신’을 창업해 부를 일궜다. 이후 2001년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돼 재선까지 성공한 뒤 2007년 공화당을 탈당했다. 2009년에는 무소속으로 뉴욕시장 3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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