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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마스크 대란…‘쟁여두기용’ 가수요도 한몫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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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마스크 대란…‘쟁여두기용’ 가수요도 한몫 했나

입력
2020.03.03 18:02
수정
2020.03.03 19: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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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정원 기자
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정원 기자

직장인 이윤수(가명ㆍ31)씨는 3일 마스크를 구입하러 약국에 갔다가 또 한번 빈손으로 돌아왔다. 사흘째 반복된 헛걸음이다. 이날은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전국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서울 서초구의 회사 인근 약국을 훑었지만 마스크란 말을 입 밖에 꺼내기도 전에 “오늘도 없어요”란 답을 들어야 했다. 이씨는 “이번 주말이면 미리 사둔 마스크가 떨어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하나를 사흘째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 대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적 마스크 공급에 나선 정부가 전국 약국ㆍ우체국ㆍ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매일 500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풀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마스크 품귀현상은 여전하다.

이날 오후 직접 찾아간 서울 종로구ㆍ중구ㆍ성북구 등의 약국 8곳에서도 방역 마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인근 약국에선 “오늘 오전에 50개가 들어왔는데 5분 만에 전부 판매됐다”며 “내일도 들어오긴 하겠지만 (손님에게) 드릴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사태 초기엔 마스크가 들어오면 단골 고객들에게 문자 안내를 하기도 했지만, 이젠 워낙 물량이 적어 바로 동나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가 무색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공적 마스크 공급으로 몇몇 분들은 구입을 했어도 전반적인 상황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공급되는 마스크 물량과 공급 시점이 들쑥날쑥한 데서 오는 혼란도 만만치 않다. 성동구의 한 약국 약사는 “어제는 오후 6시 넘어 들어왔다가 오늘은 오전 10시쯤 공급됐다”며 “물량도 50매~100매 사이에서 주는 대로 받는 거라 우리도 기다려봐야 안다”고 토로했다. 오전에만 수십 명의 고객이 마스크 문의를 했다는 이 약국은 아예 입구에 ‘공적 마스크, 황사마스크 없어요’ ‘언제 들어올지 몰라요’ 등의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3일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정원 기자
3일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정원 기자

공급은 이뤄지는데 마스크 품귀가 계속되자 당장 필요가 없어도 일단 쟁여 두려는 ‘가수요’를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마스크 구매가 어려웠던 경험에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합쳐져 가수요를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신천지예수교 사태 이후 마스크 수요가 급증해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가수요까지 가세하면서 마스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수요를 막기 위한 ‘마스크 사지 않기’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지난 1일 트위터에는 “댁 내에 15~20개 정도 보유분이 있다면 마스크가 꼭 필요한 분들에게 갈 수 있게 당분간 추가 구매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요. 여유분이 있는 분들은 조금 기다리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와 이날까지 2,000여 명의 호응을 얻었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 공급이 가수요를 부추겼다는 시선도 있다. 공적 판매에 과도하게 물량을 몰아주니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가 강해진다는 논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금은 공적 판매에 집중하기보다 수입량을 늘리고 생산자 인센티브를 통해 마스크 공급량 자체를 확대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대신 민간 구입이 어려운 저소득층과 노약자 등에게는 공공 마스크를 제공하는 등 마스크 공급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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