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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만희, 살인죄로 고발’ 박원순, 법조인 출신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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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만희, 살인죄로 고발’ 박원순, 법조인 출신 맞나

입력
2020.03.02 17:18
수정
2020.03.02 21: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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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총회장 등에게 형법상 살인죄를 적용한 고발장을 지난 1일 검찰에 냈다. 감염병예방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도 포함됐지만 ‘살인죄’를 적용한 대목이 강렬하게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힌 고발 사유를 뜯어보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나름의 법률적 근거를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었다. ‘신천지 확진자 비율이 전체 감염자의 절반을 웃돌고, 이만희씨 형 장례식이 있던 병원에서 다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왔다’는 정황적 근거 외에는 신천지 지도부의 법적 책임을 연결하는 고리가 없었다. 그러면서 ‘자진해 검진 받고 다른 신도들의 검진과 역학조사에 협조하게 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피고발인들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나열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런 고발 취지라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어도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살인죄를 적용한다면 적어도 신천지 지도부나 신도들이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감염병을 퍼뜨렸다는 정황은 물론, 의도적인 감염병 전파로 접촉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드러난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법률가 출신의 박 시장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선 ‘과잉 정치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 시장이 한때 몸담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도 “감염병 재난 정국에서 튀어보려는 정치인의 별별 공포스러운 쇼맨십”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 마디로 코로나 정국에 기댄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박 시장은 2009년 이명박(MB) 정권 당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도 없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했던 경험도 갖고 있다. 법률가 출신의 정치인으로서 마녀사냥을 당했던 경험까지 감안하면 이번 고발은 ‘오버 액션’이라 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법리를 적용하면서 수사당국의 강제수사를 요청하는 것은 방역 당국의 헌신적 노력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혼란스런 정국 수습에 앞장서는 게 도리어 합당한 처신이다.

손현성 사회부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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