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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동네는 확진자 동선 안 알려주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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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동네는 확진자 동선 안 알려주냐”… 부글부글

입력
2020.02.04 0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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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ㆍ성동구, 홈피 공개ㆍ문자 서비스… “신종 코로나 정보격차 市차원 대응을” 

서초구가 지난 2일 구청 홈페이지 가입자에게 보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문자. 독자 제공
서초구가 지난 2일 구청 홈페이지 가입자에게 보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문자. 독자 제공

“어, 왜 우리 구는 이런 게 없지?” 강북에 사는 직장인 배민재(가명ㆍ42)씨는 최근 서초구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정보 격차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이씨의 친구는 지난달 29일부터 구에서 지역 내 ‘신종 코로나’ 점검 현황을 핸드폰 문자로 받았는데, 정작 자신은 소재 구로부터 단 한 번도 신종 코로나 정보를 받은 적이 없어서다. 이씨는 “주민 입장에선 주 활동 지역인 구내에 확진자 경유지가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방역 관리가 되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하다”며 “그런데 친구와 달리 정작 내가 사는 구에선 별다른 정보를 받지 못해 ‘내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란 생각까지 들더라”고 말했다. 3일 서초구에 따르면 기존 구청 홈페이지 가입자에게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신종 코로나 대응 관련 문자가 발송됐다.

신종 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감염병 정보 공유 불평등’이 지역간 새로운 시민 불만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나 자치구마다 제공하는 신종 코로나 정보의 격차가 커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ㆍSARS) 및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사태를 거치며 여러 차례 강조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정보 공유의 중요성이 자치행정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본보가 조사한 결과, 확진자들이 머문 서울시내 7개 자치구에서 구 홈페이지나 핸드폰 문자 서비스를 통해 확진자 경유지와 조치 사항을 모두 알린 곳은 서초구와 성동구뿐이었다.

성동구가 지난 1일 구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경유지를 공개했다. 성동구청 제공
성동구가 지난 1일 구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경유지를 공개했다. 성동구청 제공

나머지 다섯 구는 확진자 명수 등을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것 외에 경유지 공개를 하지 않았다. 이날 기준으로 질병관리본부(질본)가 공개한 15명의 확진자 동선을 조사해 비교한 결과다. 확진자 동선 등을 홈페이지 등에 따로 공개하지 않은 A구 관계자는 이날 “질본이 확진자를 공개해 구 차원에서 따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장 대응이 중요한 감염병 관리와 관련, 일부 자치구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망원경으로 감염병 정보를 제공한다면, 광역단체나 자치구는 현미경으로 감염정보를 제공하는 게 지방자치시대에 필요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 주민의 정보 소외 상실과 불안 감소를 위해 서울시가 나서 일관성 있게 정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확진자 경유지 공유를 둘러싼 구의 입장은 극과 극이었다. B구는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확진자 경유지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이날 본보에 알린 반면, C구는 “주민불안을 해소하는 수준의 정보제공을 위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확진자 이동 경로 정보 소외와 더불어 정부의 불친절한 정보 공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김준태(24)씨 등 고려대 재학생 네 명은 2일 신종 코로나 정보 웹사이트 ‘코로나 알리미’를 론칭했다. 개인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이용자 주변의 확진자 방문 장소, 가까운 질병관리본부 진료소의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는 사이트다. 정부나 지자체가 미디어 환경 변화로 동영상을 비롯한 시각적 이미지에 친숙해진 시민의 변화에 맞춰 정보 양식을 다양화하지 못하자 위기 상황에서 결국 민간이 나선 것이다. 김헌식 사회문화평론가는 “코로나 알리미의 등장은 아직도 정부의 방역 대응이 통제나 정확한 정보만의 공개에 집중돼 있고, 그 방식이 아날로그적이란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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