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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한중관계 사이… 널뛰는 ‘신종 코로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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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한중관계 사이… 널뛰는 ‘신종 코로나 대책’

입력
2020.02.04 01:00
수정
2020.02.04 09: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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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중 간 여행제한’ 발표 4시간 만에 취소 “단계적 실시”

입국제한지역 확대 요구에 “검토” 답변만… 與 “입국금지 확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대책이 ‘국민 안전’과 ‘중국과의 관계 유지’라는 주요한 국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 국민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면 중국으로부터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을 되도록 많이 줄여야 하겠지만 정부는 한중간 여행 제한 정책을 내놨다가 별다른 설명 없이 급히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이를 거둬들인 것이다. 한국 입국을 제한하는 중국 내 방문 및 체류 대상 지역을 후베이성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라는 의료계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 “검토 단계”라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으로 수년 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우리 정부에서 팽배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방역정책이 오락가락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 및 방재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라는 국난을 앞에 두고 국민이 정부의 정책방향을 오해하거나 예측할 수 없도록 이끄는 이러한 현상이 거듭될 경우, 정부의 신뢰도가 무너져 결국 방역에 실패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시민 및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날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뉴스1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시민 및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날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뉴스1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전날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조치 계획’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4일 0시부터는 중국 후베이성 발급여권을 소지한 중국인의 입국이 금지되고 우한총영사관에서 발급한 기존 사증의 효력 역시 잠정 정지된다. 특히 14일 내 후베이성을 방문했던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금지된다. 출발지에선 항공권 발권단계 질문을 통해, 국내에선 입국장 검역소의 건강상태 질문서를 통해 방문력을 확인한다. 허위진술로 입국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강제퇴거 및 입국금지 조치가 실시된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는 전날 공개된 한중간 여행 제한조치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었다. 당초 정부는 2일 오후 5시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여행경보를 철수 권고로 높이고 △관광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하는 한편 △중국에서의 한국 입국을 위한 관광목적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4시간 만에 차례로 확정 사실을 취소했다. 이날 오후 두 차례 공지에 걸쳐 모두 “검토 예정”이라고 추진 상황을 변경한 데 이어 다음날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중수본 부본부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논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이나 효과에 대한 논의가 되면서 (여행제한은) 신종 코로나 확산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해명했다. 김 차관은 이어 “장관들이 (총리주재) 회의 참여 후 바로 브리핑 하느라 담당부서까지 상세 내용이 전달 안 된듯하다.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방역대책이 흔들리는 배경에 중국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의 어려움이 깔려있다는 관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중국은 우리의 최대 인적 교류국이면서, 최대 교역국”이라며 “이웃(중국)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연대해 나갈 때 진정한 이웃이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중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전면 차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중국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고위전략회의에서 입국 금지 대상 위험 지역 추가를 적극 검토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당 지도부는 이를 5일 열리는 신종 코로나 사태 관련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방재안전관리연구소 고문을 맡고 있는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의 진행과정이 국민에 바로 제시돼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뢰를 받는다”라며 “정책 번복은 국민 생명과 연결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중첩된 가운데 종합적인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 부재 상태는 정책 혼선을 반복적으로 빚어낸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는 복잡하게 이슈가 연계돼 있는 복합다중의사결정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라며 “외교부, 복지부,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로 얽힌 다각도의 의사결정 구조에선 누구도 전문성과 책임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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