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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이외 감염이 40%… 감염학회 “정부 조치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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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이외 감염이 40%… 감염학회 “정부 조치 역부족”

입력
2020.02.03 04:30
수정
2020.02.03 07: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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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전까진 “WHO 조치 따른다”… 확진자 늘며 여론 악화하자 선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정부는 최근 14일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광관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정부는 최근 14일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광관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기세가 누그러질 줄 모르자 정부가 2일 ‘중국 위험지역에서의 외국인 입국을 제한한다’는 초유의 조치를 내놨다. 국내 확진자 급증, 세계 각국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 추가, 악화한 국민여론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중국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된 상황에서 후베이성 체류자 입국만 제한하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고, 입국 제한 조치 결정 역시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신종 코로나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4일 0시부터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후베이성을 경유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지만 사실상 중국인이 주요 입국 금지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중국인 관광객이 다수인 제주도 무사증 입국 제도도 18년 만에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정세균(오른쪽 두 번째)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확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오른쪽 두 번째)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확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부는 입국 금지 조치에 소극적이었다. 우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가 영향을 미쳤다. WH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관련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면서도 ‘중국으로부터의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지 말 것’을 강조했을 정도로, 방역과 여행 제한은 별개 취급을 해왔다.

또 출입국관리법에 감염병 환자 관련 입국 금지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 이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국과의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주말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까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제주 여행을 다녀간 중국인 한 명이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예상치 못한 감염자와 2ㆍ3차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유럽 국가를 포함해 신종 코로나 확산이 지속됐고, 이에 따라 각국에서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강경 조치도 계속 내놓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이날까지 65만명을 돌파한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등 국민 여론 악화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직접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는 등 민심 무마에 나선 것이다.

다만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람과 물자의 국제적 이동을 제한하더라도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지양해야 한다’는 국제보건규약(IHR)에 따라 정부도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미국ㆍ호주ㆍ뉴질랜드 등과 달리 한국은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으로 제한한 게 대표적이다.

한중관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등이 WHO의 권고를 무시하며 중국인 입국 금지를 취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에 완전히 동참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확대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한중 간 외교 마찰 우려’를 부인했다. 그는 “오늘도 북경과 서울에서 소통을 계속하면서 검토를 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는 수시로 (중국에) 설명하고 통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이번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대한감염학회ㆍ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ㆍ대한항균요법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후베이성 외의 중국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주변 국가의 유행이 적절히 통제되기 전까지는 위험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위험지역을 방문하는 것부터 자제하고, 모든 중국발 입국자들의 입국 후 2주간의 자발적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방역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 수를 줄여 우리 의료 역량이 감당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중국인 입국 전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도 이날 발표에서 ‘중국에서의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도 제한하며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는 발급을 중단하는 방법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중국 전체 입국 제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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