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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밖 첫 3차감염… 정부 ‘방역망 빈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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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밖 첫 3차감염… 정부 ‘방역망 빈틈’ 커졌다

입력
2020.02.0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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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 5명 추가확진, 총 11명] 

 6번 환자에 아내ㆍ아들 전염… 5번 환자 지인 2차 감염도 

 귀국 교민 18명도 증상… 조사대상 폭증 “방역체계 한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로 봉쇄된 중국 우한에서 교민들이 도착한 31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에서 구급차가 나오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로 봉쇄된 중국 우한에서 교민들이 도착한 31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에서 구급차가 나오고 있다. 서재훈 기자

국가 방역망이 속절없이 뚫리고 있다. 앞서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확진 판정 받은 6번째 환자(55ㆍ6번 환자)가 3번째 환자(54ㆍ3번 환자)로부터 비롯된 ‘2차 감염’인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31일에는 6번 환자의 아내와 아들이 확진되는 ‘3차 감염’까지 발생했다. 3차 감염이 확인된 국가는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처음이다.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5번 환자(33)의 지인도 직접 접촉하면서 확진되는 ‘2차 감염’으로 이날 확인됐다. 2차, 3차 감염 사실이 이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이날 오전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 368명 가운데 18명이 검역 과정에서 발열 등 증상이 확인되면서 확진 환자는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1일 정례브리핑을 열어 이날 오후 2시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 환자가 총 11명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3차 감염까지 발생하는 등 이날만 확진 환자 5명이 추가되면서, 지난 20일 국내에서 첫 감염증 확진 환자(35ㆍ중국인 여성)가 발생한 이후 하룻동안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3차 감염은 20일 우한에서 귀국한 뒤 6일 동안 무방비 상태로 도심을 활보한 3번 환자로부터 시작했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확진된 6번 환자는 22일 오후 3번 환자와 식사를 했으며, 이후 8명과 접촉했다. 이 중 아내와 아들 2명이 이날 오후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3번 환자→6번 환자→가족 2명으로 전파됐다는 얘기다. 대책본부는 충남 태안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 중인 6번 환자의 딸을 검사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1일 새벽 밝혔다. 사위의 검사 결과는 추후 밝힐 예정이다.

2차 감염도 이어졌다. 전날 확진된 5번 환자는 중국 우한시를 업무차 방문하고 24일 우한시 인근 장사 공항에서 아시아나 OZ322를 타고 오전 5시 귀국했다. 귀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지만 26일 오후부터 몸살 기운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5번 환자가 현재까지 접촉한 사람은 가족 등 10명으로 모두 자가격리 후 심층조사를 시행했지만, 이 중 1명(지인)에서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확인됐다.

대책본부는 2차, 3차 감염으로 확진된 환자 3명을 뭉뚱그려 9~11번 환자로 지정하고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누군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다가 이날 오후 늦게 특정했다. 5번 환자의 지인이 9번 환자가 됐고, 10번ㆍ11번 환자는 각각 6번 환자의 아내와 아들이 자리했다.

8번 환자의 경우 중국 우한을 방문하고 청도를 거쳐 23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62세 여성이다. 이 환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원광대병원)에 격리됐다. 전날 확진된 28세 남성인 7번 환자와 23일 오후 10시 20분 같은 비행기(청도항공 QW9901편)로 입국했다. 7번 환자는 귀국 후 26일부터 기침 증상이 있었고 30일 확진 됐지만, 대책본부는 하루가 지난 31일에야 확진 환자라고 밝히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까지 7번 환자가 접촉한 사람은 가족 등 2명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정부 방역체계가 촘촘하지 못하면서 확진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족 2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알려진 6번 환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3번 환자에 대한 부실한 초동 조사 후 증상 발생 시점을 앞당기고서도 식사까지 함께 한 6번 환자를 자가격리하는 밀접접촉자로 재분류하지 않고 능동감시자로 방치했다. 7번 환자의 확진 결과도 하루 뒤로 미루면서 온라인상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이 범람케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실제 30일부터 공문서 양식의 확진 환자 동향보고 등 가짜 뉴스들이 나돌면서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지난 13~26일 우한으로부터 국내로 들어온 입국자 중 외국인에 대한 정보마저 지자체와 공유되지 않으면서 전수조사도 삐걱대는 상황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감염병을 잡는 특효약은 투명성이라고 늘 강조했는데, 실시간으로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 불안을 키우게 된다”며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온 외국인 명단을 서울시에 공유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국가 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3차 감염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방역체계와 위기관리 능력에 한계가 노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현장 인력 부족으로 인해 역학조사원들의 피로가 쌓일수록 이런 오류와 한계가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면 조사 대상자가 폭증해 역학조사마저 뒤처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폐쇄회로(CC)TV 검토나 주기적 환자 상태 확인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환자가 늘어날수록 보건소 등 일선현장에선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의 위험도를 평가해서 격리기준(사례정의)을 강화하는 방안과 확진 환자와의 접촉자를 판단하는 시점을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능동감시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아직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유행으로 확산된 상황은 아니어서 감염병 위기경보를 현행 ‘경계’로 유지한다”면서도 “위험도가 가장 높은 우한시로부터의 입국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속하는 한편, 능동감시자 강화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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