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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디비졌던’ 부산… “민주당 뽑았더니 경제가 영~” 표심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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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디비졌던’ 부산… “민주당 뽑았더니 경제가 영~” 표심 심상찮다

입력
2020.01.28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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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70여일 앞 설 민심… 5060 文정부 심판론, 2040은 한국당 심판론

설 연휴 첫날인 2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부산=이혜미 기자
설 연휴 첫날인 2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부산=이혜미 기자

“대통령도, 시장도, 국회의원도 민주당으로 뽑았더니 경제가 와 이렇노? 명절날 시장에 사람 없는 꼴 좀 보이소.”

설 연휴 첫날인 2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30년 넘게 인삼을 팔고 있는 여운일(86)씨는 “열흘 간 20만원을 벌었을 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낮 여씨의 가게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인근 과일 가게 김모(82)씨도 거들었다. “45년 과일 팔믄서 이래 장사하기 힘든 적은 처음이다. 젊은아들한테 맽겨 보니, 더는 안 되겠다 싶다. 이번에 꼭 투표하러 갈끼다.” 부전시장이 있는 지역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영춘 (부산진구갑) 의원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곳이다.

4년 전 총선 결과는 한 마디로 ‘부산이 디비졌다(뒤집어졌다)’였다. 부산 지역구18곳 중 5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이듬해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38.7%)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득표율(32.0%)을 앞질렀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열풍’이 불었다. 민선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시장이 당선됐고, 기초단체장 선거구 16곳 중 민주당이 13곳을 싹쓸이했다.

21대 총선을 70여일 앞둔 설 연휴에 둘러본 부산의 바닥 민심은 싹 바뀌어 있었다. 민주당이 떨고 있다면, 한국당은 웃고 있었다. 세대별 표심도 극명하게 달랐다. 50대 이상 시민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압도적이었고, 20~40대는 “그래도 한국당은 싫다”고 했다.

[그래픽]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 송정근 기자
[그래픽]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 송정근 기자
PK지역 정당 지지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PK지역 정당 지지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지역 경제’ 중시하는 5060은 ‘정권 심판론’

“이제 신공항 얘기는 그만 좀 꺼냈으면 좋겠어예. 지겹다 아입니까?”

낙동강 인근에서 38년째 토마토 농사를 짓는 임준택(63ㆍ강서구)씨의 말이다. 그는 “정부는 왜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은 내놓지 않느냐”며 “민주당엔 표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선애(57ㆍ수영구)씨는 “오거돈 시장을 뽑아 봐도 먹고 살기 어려운 건 똑같다”고 했다. 지역 경기 침체로 민주당 지지 열기가 식었다는 얘기다.

여권에 등 돌린 부산ㆍ울산ㆍ경남(PK)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여론조사(지난해 12월 29, 30일 실시)에서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투표할 후보의 정당’을 묻는 질문에 ‘한국당’을 꼽은 응답자는 34.9%였고, ‘더불어민주당’을 택한 응답자는 27.0%였다.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5월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부산 지역 민주당 지지율이 54.9%에 달했던 것과 대비된다.

여야의 희비도 갈렸다. 최근 민주당 부산시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18곳 중 1, 2석을 얻거나 아예 전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여의도에선 활약했을지 몰라도 지역구를 챙기지 못한 의원들을 향한 표심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유재중 의원은 “18곳 전승이 목표”라고 자신했다.

[그래픽] PK 지역 정당 지지도 / 송정근 기자
[그래픽] PK 지역 정당 지지도 / 송정근 기자

◇2040 “그래도 한국당은 안 된다”

“한국당은 우리 세대에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정당이에요.” 지난 22일 부산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인터뷰한 2030 유권자 3명의 얘기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못해도 한국당을 찍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대표 김모(32)씨는 “한국당의 정권 발목잡기가 도를 넘었다”며 ‘야당 심판론’을 주장했다. 청년단체 활동가 엄모(36)씨는 “민주당이 잘 해서 찍겠다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 출신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문에 부산의 청년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 여의도의 진단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불공정 논란’은 한국당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20대의 정치 이탈을 가속화한 듯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SKY(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학생들은 그 일로 분노할지 몰라도, 지방 청년으로서는 별로 와 닿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정치권의 과한 반응이 거북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9~22일 부산MBCㆍ한길리서치센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부산 지역 20대의 한국당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19.7%였고, ‘지지정당 없다’는 응답자는 50%를 넘었다.

중ㆍ장년 유권자들의 ‘정권 심판론’을 상쇄할 만큼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에 갈 것인지에 부산 총선 결과가 달렸다는 뜻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최근 젊은 층의 선거 참여 열기는 이전보다 주춤하다”며 “한국당이 대대적 공천 혁신을 하고 보수 통합까지 이뤄진다면 부산이 다시 한 번 뒤집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부산=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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