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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객기 격추’ 미스터리... 돈 때문에 공항 폐쇄 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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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객기 격추’ 미스터리... 돈 때문에 공항 폐쇄 안 했나

입력
2020.01.12 19:29
수정
2020.01.12 20: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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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손실 우려 비극 자초”… 80년대 미사일방어 시스템 성능도 의심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보잉 737-800의 잔해. 이 사진은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NSC)가 11일 공개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보잉 737-800의 잔해. 이 사진은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NSC)가 11일 공개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신뢰할 만한 유일한 설명은 ‘무능’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방공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군 측 크루즈 순항미사일로 오인 격추한 이유를 호주의 민간 항공연구소 에어파워오스트레일리아의 칼로 콥 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미국 포브스는 그의 말을 인용해 “IRGC의 방공미사일 시스템은 (1980년대) 이란ㆍ이라크전 이후 제대로 시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활용 능력이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의 초기 평가를 거듭 부인하던 이란은 사흘 뒤인 11일(현지시간) “미군 미사일로 오인한 혁명수비대의 실수”라며 우크라이나항공 PS752편 보잉 737-800 여객기 격추 사실을 인정했다. 그간 철저한 내부 조사를 거치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일 뿐 사실관계를 부정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인간의 실수’라는 이란 정부의 설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IRGC 대공사령관은 11일 사고 여객기를 순항미사일로 착각한 건 미사일 조종사의 단독판단이었으며 “그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10초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콥 대표는 “이란 방공부대가 가셈 솔레이마니 IRGC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 이후 미군기지 공습까지 5일째 이어진 작전 상황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심리적 압박도 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SA-15의 사거리와 여객기 속도를 감안할 때 평소라면 미사일 발사 여부 판단에 최소 1분53초가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시였다면 오인 격추는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이란 방공부대는 2007년과 2008년에도 자국 핵무기 개발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하던 중 자국 항공기에 발포한 사실이 미 국방부 기밀보고서에서 드러난 바 있다.

서방 외신들은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가 이란의 SA-15 건틀렛 두 발에 격추됐다고 전했다. SA-15는 옛 소련 시절인 1970년대 개발된 이동식 지대공미사일 ‘토르’의 서방식 명칭이다. 토르는 최대 6,000m 고도와 12㎞ 범위 내에서 표적을 조준하고 이동할 수 있다. 이란은 2007년 29기의 토르 미사일 시스템을 7억달러(약 8,130억원)에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여객기 격추는 인정하면서도 격추 미사일이 토르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 정부가 사실상 ‘돈’ 때문에 공항 및 항로를 폐쇄하지 않아 비극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참사 발생 2시간30분 전에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자국 항공기와 항공사를 대상으로 이란과 페르시아만, 오만만 상공 비행을 금지했다”며 “하지만 이란 민간항공기구(ICAO)은 영공을 폐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군사분석가 이호르 로마넨코는 “군사분쟁 고조시 국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민간 항공편의 하늘을 폐쇄하는 것”이라며 “이란에선 재정적 손실, 벌금, 몰수 등이 따르는 이 조치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이 만연해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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