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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만 투표소 민심, “민주주의 수호자에게 4년 더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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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만 투표소 민심, “민주주의 수호자에게 4년 더 기회를”

입력
2020.01.11 21:26
수정
2020.01.1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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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잉원 지지 압도적, ‘샤이 한궈위’는 “인터넷 여론에 휘둘려”반박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 11일, 오후 4시 투표가 마감되자 타이베이의 민진당 차이잉원 홍보 사무실 앞에 차도를 막고 마련한 특별무대로 몰린 지지자들이 개표 방송 시작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깃발을 흔들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 11일, 오후 4시 투표가 마감되자 타이베이의 민진당 차이잉원 홍보 사무실 앞에 차도를 막고 마련한 특별무대로 몰린 지지자들이 개표 방송 시작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깃발을 흔들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차이잉원(蔡英文) 민주진보당 후보의 압승은 11일 총통 선거 투표소의 민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만 법적으로 출구조사가 허용되지 않은 탓인지 표정에는 조심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투표 전 거리에서는 지지 후보 이름을 거침없이 말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타이베이 구도심인 다퉁(大同)구의 다퉁 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바이(白ㆍ39)씨는 “대만의 민주주의를 위해 민진당을 지지한다”서 “앞으로 4년간 민생, 육아, 국방, 경제 모두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다른 두 후보는 정책에 장점이 없고 미디어를 통한 네거티브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득표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80대 노부부는 “우리는 본성인(本省人)”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주권이 중국이나 외성인(外省人)에게 넘어가면 큰일 난다”면서 “과거 국민당이 대만 본토인들에게 아주 나쁘게 대했다”고 지적했다. 본성인은 명ㆍ청나라 시절 일찌감치 대륙에서 건너온 탓에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외성인은 1949년 중국국민당 정부가 공산당에 패퇴해 쫓겨온 터라 한족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자연히 본성인은 대만의 독립, 외성인은 중국과의 통일을 강조한다. 대만 인구의 84%에 달하는 본성인은 민진당, 14%를 차지하는 외성인은 국민당의 정치적 기반이다.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도심의 중산층 밀집지역인 네이후구 산민 중학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만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려면 신분증 외에 도장도 지참해야 한다. 투표소 바로 앞에는 경찰이 서너 명씩 배치돼 있었다. 김광수 특파원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도심의 중산층 밀집지역인 네이후구 산민 중학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만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려면 신분증 외에 도장도 지참해야 한다. 투표소 바로 앞에는 경찰이 서너 명씩 배치돼 있었다. 김광수 특파원

타이베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지룽(基隆)강을 건너 북동쪽 신도심인 네이후(內湖)구로 향했다. 중산층 아파트와 정보통신(IT) 관련 업체가 밀집한 곳이다. 산민(三民) 중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두 명의 25세 남성은 “대만의 민주주의 지키는 선거”라며 “젊은층의 80%가 넘게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안보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민주”라면서 “대만은 경제규모가 작고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葉ㆍ40)씨는 “차이잉원은 지난 4년간 정치적 굴곡이 많아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4년 더 기회를 줘야한다”면서 “한궈위는 가오슝(高雄) 시장이라지만 경험이 고작 1년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처럼 차이 총통에게 표심이 쏠렸지만, 조용히 한 시장을 지지하는 ‘샤이 한궈위’는 남아있었다. 60대 부부와 28살 딸에게 ‘지지 후보를 왜 선택했느냐’고 묻자 “정책이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이다(아버지)”, “후보의 가치관이 맘에 든다(어머니)”, “중국과 교류를 늘리면 대만이 경제적 폐쇄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딸)”라는 답이 돌아왔다. 홍콩 사태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이 궁금했다. 딸은 “젊은층은 확고한 정치적 신념보다 미디어에서 편향적 보도하면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했고, 아버지는 “우리가 그들을 보는 견해와 대만 선거는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특히 “5060세대는 변화를 추구한다”면서 “우리는 인생을 오래 살면서 수많은 총통을 거쳤고 누가 좋고 나쁜지 경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반면, 젊은 층은 인터넷에 따른 투표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가족은 “우리는 모두 같은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하지만 아들은 정치적 견해가 달라 오늘 함께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집안에서는 이날 투표 결과와 달리 차이 총통 지지가 소수파인 셈이다.

타이베이=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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