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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o] 김정은 비자금 비상? 송환 기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입력
2019.12.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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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안보리 제재에 각국 송환 진행…유학비자로 꼼수 체류도 

 16년 기준 23개국 12만명 파견…벌목공부터 ITㆍ디자이너까지 

 연 5억 달러 외화벌이 ‘돈줄’…수입 90% 정권에 상납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본국 송환 시한인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 연합뉴스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본국 송환 시한인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 연합뉴스

요즘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보따리를 싸고 있다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2월 22일 결의한 대북제재 2397호 때문인데요. 이 결의는 유엔에 가입한 193개 나라에서 일하는 북한 국적 노동자와 이들을 감시하는 당국 관계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돌려보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것에 대한 조치였는데요. 이런 결의를 하게 된 이유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북한 정권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전 세계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를 10만 명 정도로 추정했는데, 이들을 통해 거둬들이는 외화 수입을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에 전용한다고 판단한 거죠.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따르면 16일까지 48개국이 중간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해요. 최종보고서 시한은 내년 3월 22일인데요, 미국을 시작으로 유엔 회원국 20여개 나라가 아직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시한 내 보고서를 내라고 압박하는 중이에요. 외신들도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아직도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북한은 안보리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ㆍ미 정상회담에서도 2397호 해제를 요구했죠. 꽤나 아픈 조치였던 것 같죠? 그만큼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제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지만 임시로 귀국했다 업무비자에서 유학비자로 바꿔 다시 출국하는 등 꼼수까지 쓰고 있다고 하네요.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본국 송환 시한인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 연합뉴스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본국 송환 시한인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 연합뉴스

 ◇언제부터, 왜 파견했을까?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학계에서도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연구대상이었는데요. 김일성 정권 시절인 1948년 소련과 상호우호협정을 맺고 북한의 탈선 청소년과 범죄자들 위주로 벌목공 1만5,000여명을 파견한 것이 최초였다고 해요. 1970년대 들어서는 미국을 싫어하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무상으로 대통령궁 등을 지어주면서 사회주의 나라들과 동맹 관계를 맺기도 했고요.

처음엔 외화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강했던 것 같죠? 노동자 해외 파견을 통한 외화획득은 김정일 정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외화획득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공산권 국가들로부터 받던 지원이 중단됐고, 외부로부터 물자를 얻기 위해선 외화가 절실해진 겁니다.

소련이 붕괴된 후에도 러시아에는 계속해서 벌목ㆍ건축ㆍ어업 등에 노동자들을 파견해왔고요,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은 물론 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UAE)ㆍ카타르ㆍ폴란드 등 무려 45개 국가에 4만 명 이상을 보내게 됐죠. 진출 분야도 요식업ㆍ봉제업ㆍ호텔업ㆍ의료업 등에 IT산업까지 넓어졌고요. 이 시기 번 돈은 4,000만~6,0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고 해요.

 ◇최근엔 어땠는데? 

그 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돼왔던 노동자 해외 파견이 김정은 정권에 접어들어서는 중요한 국가추진 사업으로서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어요. 2011년 무렵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간부들에게 “한두 놈 탈북해도 상관 없으니 외화벌이 노동자를 최대한 파견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많은 나라에 파견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규모는 더욱 커졌죠.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2016년을 기준으로 23개국에 약 12만 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가 있었을 거라고 해요. 분야도 더욱 다양해져 태권도 선생님, 군 관리자, 디자이너 등도 파견됐고요.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5ㆍ24 조치가 발표되고, 계속되는 핵실험에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남한에서 외화를 얻기 힘들어진 점 또한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 규모를 늘리는 데 한몫 했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뉴시스

 ◇어떤 사람이 파견될까? 수입 배분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정권 차원에서 선발하고, 관리도 당연히 정권이 직접 하는데요. 처음엔 범죄자들 위주였지만 최근엔 출신 성분 분석, 사상 검증ㆍ교육 등을 엄격히 해 선택 받은 사람들을 보낸다고 합니다. 외국에 나가 일하다 보면 북한 정권 체제와 사상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겠죠?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무더기 송환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북한으로서는 골치가 아픈 부분이라고 하네요.

이들이 번 돈의 90% 상당은 정권에 상납되는데요. 명목은 충성자금ㆍ세금ㆍ보험ㆍ숙식 등 입니다. 지역과 업종에 따라 월 200달러에서 3,000달러 정도를 받는다고 하네요. 2017년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게서 이렇게 얻는 외화는 무려 연 5억 달러 이상입니다. 대부분 김정은 사금고로 알려진 노동당 29호실로 송금돼 비자금이 되고요. 이외 당 운영자금, 최고위층 소비물자, 군사물자 생산 등에 쓰이죠.

 ◇그래서 송환은 어떻게 돼가는데?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최근까지도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적으로 파견됐는데요. 현재까지 유엔에 보고된 송환 노동자 수는 약 2만3,000여명입니다. 이중 러시아가 1만8,533명으로 가장 많았고요. 중국은 중간보고서에 ‘지난해 북한 노동자의 절반을 돌려보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어요.

그 동안 북한은 무연탄ㆍ철광석 등 지하자원이나 해산물 수출, 무기거래, 탈북자 송금 등에 더해 음성적으로는 마약거래, 위조지폐 발행, 불법 사이트 운영 등의 방법으로도 외화를 얻어왔다고 하는데요.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대부분 막혀 최근에는 이를 피할 수 있는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그래서 삼지연 신도시, 양덕 온천관광지구, 원산ㆍ갈마지구 등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이 와중에 외화벌이에 큰 역할을 하던 노동자 해외 파견 돈줄까지 끊기니 타격은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국가들이 많고, 비자 등을 이용해 빠져나갈 방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북 제재에 구멍이 있다’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국제사회와 북한의 줄다리기, 과연 누가 이기게 될까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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