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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다 길 잃은 미국 입양아, 32년 만에 가족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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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다 길 잃은 미국 입양아, 32년 만에 가족상봉

입력
2019.12.23 14:03
수정
2019.12.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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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영천서 버스 탔다가 실종… 경찰 DNA 분석 통해 가족 찾아

32년 만에 가족을 찾은 해외입양아 손동석(왼쪽)씨가 23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어머니와 상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32년 만에 가족을 찾은 해외입양아 손동석(왼쪽)씨가 23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어머니와 상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출근한 엄마를 만나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미국 입양아가 경찰 도움으로 가족과 상봉했다. 1987년 대구 동부정류장(옛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미아로 발견된 지 32년 만이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 32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 김모(63)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출입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태평양을 건너온 손동석(37ㆍ미국명 숀 페티프런)씨가 들어서자 김씨는 “내 아들, 내 아들이 맞아”를 되뇌며 와락 손씨를 안았다. 손씨는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찾고 있었다”며 어머니 품에 안겼다. 김씨는 “어떻게 그렇게 (가족이) 보고 싶었나… 와줘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함께 한 손씨의 두 형도 “32년간 한시도 잊지 않고 찾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경찰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손씨 가족과 경찰 등에 따르면 손씨가 실종된 것은 1987년 2월 11일. 경북 영천에 살던 손씨는 출근한 엄마를 보겠다고 집을 나서 혼자 버스를 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대구 동부정류장에서 발견된 손씨는 대성원(현 대구아동복지센터)에서 보호되다 이듬해 6월 홀트아동복지센터를 통해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항상 가족을 그리워하던 손씨는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 문을 두드렸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가족과 상봉한 해외입양인들의 소식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수사팀은 입양기록을 확인해 가족을 찾아냈다.

대구아동복지센터의 협조를 얻어 실제이름 ‘손동석’을 확인한 데 이어 주민등록 검색 등을 통해 1992년부터 주소변동 없이 경북 영천에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로 남아 있던 손동석을 확인했다. 경찰은 손씨의 형에게 다시 연락했고, 32년 전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답을 받았다. 국제우편을 통해 손씨의 DNA 샘플을 받아 어머니의 DNA와 대조해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지난 1월에도 38년 전 예식장에서 길을 잃어 미국으로 입양간 조슈아 라이스의 가족을 찾아주는 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6명의 해외입양아동을 상봉 또는 연계시켜 주었다. 수사팀은 2017년 8월에 꾸려졌다.

안중만 여성청소년수사계장은 “입양아들이 한국으로 오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국제우편으로 DNA 샘플을 받아 등록하는 실종아동 찾기 정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대구경찰청에 등록된 해외입양아의 DAN 샘플은 110명”이라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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