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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가계약금 1600만원 날릴 판” 기습 부동산 대책에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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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가계약금 1600만원 날릴 판” 기습 부동산 대책에 ‘패닉’

입력
2019.12.17 18:45
수정
2019.12.17 23: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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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씨 말라 가계약 먼저 했는데 담보대출 전면 금지에 멘붕”

현금부자 아니면 서울 집 구입 난망… 15억 이하 집값 상승 전망

17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대출이 안 된다고 하면 한두 푼도 아닌 돈을 날리라는 말인가요.”

1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거주하는 유모(49)씨는 전날 정부의 ‘12ㆍ16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고 한숨 지었다. 졸지에 1,600만원을 날릴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유씨는 자녀 교육 문제로 양천구 목동으로 이사 가기로 마음 먹고 지난 13일 16억원짜리 아파트를 가계약했다. 최근 목동 인근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집도 제대로 보지 않고 가계약금 1,600만원부터 집주인에게 보냈다. 본계약은 집주인과 시간을 맞춰 20일에 하기로 했다.

하지만 4억원 가량을 대출 받아 이사할 생각이었던 유씨는 16일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담보대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멘붕’에 빠졌다.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고 계약을 파기할 경우 가계약금도 돌려받기 어렵다고 부동산중개업소는 설명했다. 유씨는 “지금 사는 집도 매매계약을 한 상태라 이마저 파기하면 계약금을 2배로 날리게 생겼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부의 전격적인 강경 부동산 대책 발표에 부동산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17일 서울 강남구 매봉역 인근 A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인근지역 단지들이 대부분 투기지역의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여서 대출 금지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A중개업소를 찾은 한 수요자는 “집을 넓혀보려고 했는데 대출을 완전히 차단해서 그냥 눌러앉아야 할 것 같다”며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고 거래만 차단하는 정책을 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대출 없이 서울 집을 사기 어려워, 앞으로는 15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오르는 ‘풍선 효과’를 점치는 시각도 많다. A중개업소 대표는 “오늘 문의 전화 중 주변에 15억원 이하 단지가 어디냐는 질문이 많았다”며 “결국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 단지가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앞서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송파구 잠실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매수자의 70% 정도가 담보대출을 받았는데 대출이 전면 금지되면 당분간 거래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결국 현금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만 강남에 집은 사게 되는 이상한 시장이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12ㆍ16 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서울 전역에 적용되자, 분양을 목전에 둔 재건축 단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성북구 등은 분양가상한제 지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4구역 관계자는 “현재 관리처분인가 단계로 내년 초쯤 이주가 완료될 것”이라며 “최근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강남이나 마포 등과는 분위기가 달라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조합원들 모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전면 금지가 국민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대출수요 규제 강화 등은 헌법 23조가 정한 ‘재산권의 제한’에 해당된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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