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메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아체특별자치주(州)에서 혼외 정사 등 각기 다른 혐의로 공개 매질을 당한 남성과 여성이 의식을 잃었다.
9일 자카르타포스트와 AFP통신에 따르면, 지방 정부의 이슬람 형법(Qanun Jinayat)에 따라 혼외 성관계 혐의로 채찍질 100대형에 처해진 22세 남성이 5일 동부 아체 지역에서 매질을 당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매질이 그치지 않아 이 남성은 100대를 모두 맞은 후에야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아체주 동남쪽 지역 이슬람센터 건물 앞뜰에서도 주민 수백 명이 보는 가운데 공개 태형이 진행돼 채찍질 30대형에 처해진 한 여성이 매를 모두 맞은 뒤 기절했다고 지역 검찰 관계자가 밝혔다. 이 여성이 받고 있는 혐의는 남성과 너무 가깝게 지냈다는 것이었다. 간통 혐의로 채찍질 100대형에 처해진 35세의 다른 여성은 39대를 맞은 뒤 처벌이 미뤄지기도 했다. 나머지 61대 집행은 절차에 따라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부여 받은 아체특별자치주는 샤리아(이슬람 관습법)가 실질 지배하는 강성 무슬림 지역으로, 2015년부터 무슬림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샤리아를 적용하고 있다. 간통죄 외에도 도박과 동성애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개 채찍질에 처해진다.
인권 단체들은 “두 명이 의식불명 상태로 구타당한 것은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아체 지방정부 모두의 책임”이라며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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