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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가 11억짜리 매입… 편법증여 수단 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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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가 11억짜리 매입… 편법증여 수단 된 아파트

입력
2019.11.29 04:40
수정
2019.11.29 07: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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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8, 9월 서울 실거래 합동조사 1차 결과 발표]

2만8140건 중 의심사례 2228건… 강남4구·마용성 등이 절반 차지

친인척들 손 빌려 ‘분할 증여’… “집값 과열에 증여세 추징 감수”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미성년자 A(18)씨는 올해 6월 부모에게 2억원, 친척 4명에게 1억원씩 총 6억원을 증여 받았다. 여기에 임대보증금 5억원을 보태 지난 8월 서울 서초구에 11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정부는 A씨의 부모가 증여세를 낮추려 친척들에게 돈을 보낸 뒤 다시 돌려 받는 ‘분할 증여’를 했다고 보고 국세청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과세표준 기준으로 6억원을 한번에 증여하면 세율이 30%에 달하지만 이를 쪼개 1억원씩 증여할 경우 10%로 낮아지는 점을 활용한 ‘꼼수’라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금융감독원과 함께 ‘서울지역 실거래 합동조사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8, 9월 서울 전역에서 실거래 신고된 공동주택(아파트 분양권 포함) 2만8,140건이 대상이다. 지난달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집값 과열 지역의 주택 거래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한 뒤 첫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서울 지역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 강도 높은 합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이상거래. 그래픽=신동준 기자
서울 아파트 이상거래. 그래픽=신동준 기자

정부는 3만 건에 가까운 거래 내역 중 2,228건을 ‘이상 거래’로 의심하고 이 중 매매계약이 끝난 1,536건을 우선조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들 거래를 지역별로 보면 강남 4구가 550건(35.8%),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및 서대문구가 238건(15.5%) 나머지 17개 구가 748건(48.7%)이다. 이번 발표는 우선조사 대상자가 매매계약서, 자금계획서, 금융거래확인서 등 소명자료와 의견을 제출한 991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차입 관련 증명서류를 쓰지 않고 가족에게 자금을 무이자로 빌리거나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분할 증여하는 사례 등 탈세 의심 사례 532건이 적발돼 국세청에 통보됐다. 이 중엔 자신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지난 8월 22억원 아파트를 구입한 40대 B씨 부부가 포함됐다. 이들은 남편의 부모로부터 절반은 무이자 차입, 절반은 증여로 11억원을 받은 뒤 전세보증금(11억원)을 끼고 갭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의심 사례에 대해선 차입금 상환과정 등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서 편법 증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심 사례 중 23건은 금융기관에서 사업자 대출 등으로 받은 자금을 용도와 달리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40대 C씨는 부모가 다른 주택을 담보로 받은 개인사업자대출 6억원을 용산구의 26억원짜리 주택을 사는데 보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추가 조사를 통해 유용이 확인된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집값 반등을 겨냥해 정부가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음에도 편법 거래가 끊이지 않는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과 마용성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만큼 혹시나 적발돼 증여세를 추징 당하더라도 그 사이 집값이 더 뛸 것이란 기대감에 무리해 주택을 구매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합동조사팀은 10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 1만6,711건 중 1,247건(7.5%)의 이상거래를 찾아내 이 중 매매계약이 완료된 601건과 8, 9월 신고분 중 추가로 거래가 완료된 187건을 2차 조사 대상에 올리고 내년 초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또 내년 2월부터 ‘실거래상설조사팀’을 구성해 전국 실거래 신고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상거래가 확인되면 즉시 조사할 계획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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