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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다른 금융위 실세 유재수, 2년 전부터 비위 소문 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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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다른 금융위 실세 유재수, 2년 전부터 비위 소문 파다”

입력
2019.11.27 15:39
수정
2019.11.27 22: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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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출범 이후 금융정책국장… 요직 석달 만에 병가→ 사표 제출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금융당국은 착잡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부에선 유 전 부시장에 대해 “클래스가 다른 실세 공무원이었다”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그를 둘러싼 비위 소문은 2년 전부터 파다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금융당국 한편에선 옛 구성원의 추문으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산적한 현안 해결에 기울인 노력이 퇴색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7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로 공직에 입문한 유 전 부시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던 2004년 참여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여권 핵심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금융위 근무를 시작한 유 전 부시장은 그러나 부처 내 ‘정통 코스’를 밟지 못한 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파견(2010~13년), 국무조정실 근무(2013~15)를 장기간 했다. 직업 공무원 중 드물게 특정 정파와 인맥이 두텁다 보니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부 시절에 한직을 돌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2015년 금융위로 돌아와 국장급(2급)인 기획조정관으로 승진한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금융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금정국장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이후 금융위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 승진 가도를 밟을 수 있는 자리다. 국장 승진 2년 만에 금융위 최선임 국장으로 도약한 파격적 인선을 두고, 관가에선 자연스럽게 유 전 부시장이 여권 및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맺은 두터운 관계에 주목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A씨는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관이 곧바로 금융정책국장으로 영전한 사례는 없었다”며 “유씨의 업무능력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다른 동기들과 선배들을 단번에 제쳤다는 점에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 B씨는 “대통령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로 올 때부터 일반 공무원과는 클래스가 다른 사람으로 유명했다”며 “파격적인 승진이었지만 그 대상이 유재수였기에 납득되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정국장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은 ‘실세 국장’으로서 입지가 공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모든 일은 유재수로 통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특히 여권과의 밀접한 인맥을 자랑했기 때문에 유 전 부시장이 지난해 금융위를 떠날 때 금융위 사람들은 그가 정치에 입문할 거란 예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유 전 부시장의 아성은 그러나 금정국장에 발령된 지 석 달 만에 금이 갔다. 그가 돌연 병가를 내고 2개월 이상 잠적한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석연찮은 휴직’이라며 여러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B씨는 “부처 핵심 업무를 하는 금정국장이 병가를 내는 일도 드물지만, 더 이상했던 점은 금융위 사람 누구도 그의 병명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이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해 3월 금융위에 사표를 내고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옮기면서 뒷말은 더 무성해졌다. A씨는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급수(1급)로는 금융위 국장보다 높지만 업무상 한직이어서 통상적으로 금정국장이 가는 자리는 아니었다”며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란 추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뒤늦게 청와대의 유 전 부시장 감찰 사실이 밝혀지고 그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 안팎에선 지난해 그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을 둘러싼 의구심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금융당국 관계자 C씨는 “비위 소문에 대한 어떤 진상 규명이나 징계도 없이 유 전 부시장이 그대로 사직 처리됐던 건 인사 업무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유재수 사태’에 대해 “개인 비리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 4일 금융위를 압수수색하는 등 풍파가 닥치면서 부처 위상에 적잖이 금이 간 상황이다. 게다가 유 전 부시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2017년 당시 재직했던 금융위 수뇌부 인사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겐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별도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해 직무유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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