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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탈탈 터는’ 스마트폰 압수수색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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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탈탈 터는’ 스마트폰 압수수색 도마 위에

입력
2019.11.05 04:40
수정
2019.11.05 06: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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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휴대폰 영장 잇달아 기각… “압수수색 함부로 허용 안돼” 지적 

 증거 선별수집 어려워 통째 압수… 사생활 침해 우려, 기준 재정립 필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서 조 전 장관의 휴대폰 압수수색 여부가 관심 대상이었다. 여러 사람의 진술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풀어줄 것으로 보여서다. 검찰은 수사 초기 휴대폰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시도했으나 모두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모 관계 입증에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엄격한 수사와는 별개로 휴대폰 압수수색을 함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에 개인의 사생활이 모두 다 담기게 돼서다. 이쯤에서 스마트폰 압수수색 원칙을 재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즘 법조계에서는 ‘자백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증거의 왕’이란 말이 나온다. ‘피의자의 자백’ 보다 ‘스마트폰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요즘 현대인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통화 녹취록,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등 각종 메신저 대화, 사진, 영상 등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다. 스마트폰만 확보하면 소유자의 동선, 행동의 의미, 외부와 접촉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수사기관은 기를 쓰고 피의자의 스마트폰을 확보하려 든다. 실제 2016년 시작된 국정농단 수사 때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논의하는 내용은 휴대폰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관련자들 휴대폰을 압수하지 못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90% 이상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수사에서도 검찰의 주요 타깃은 관련자들의 스마트폰이었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조 전 장관이 부인 정경심(57) 교수의 직접투자 행위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정 교수의 자산관리사 김경록(37)씨는 조 전 장관 부부가 통화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번 넣은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디지털 기술 발달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 또한 크다. 진실 규명, 수사의 필요성 때문에 그냥 내주기가 어렵다. 영장전담판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법원도 휴대폰 압수수색은 주거지, 이메일 압수수색과 함께 가장 엄격하게 본다”며 “혐의가 정말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으면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문제가 되는 건 ‘증거의 선별수집’이 어려워서다. 형사소송법 106조 3항은 ‘정보저장매체’에 대해서는 특정 범위 내에서 ‘출력’ 또는 ‘복제’로만 압수할 수 있다. 흔히 ‘선별압수 원칙’이라 불린다. 압수수색 영장에 입수해야 할 정보가 정확히 명시돼야 하고, 압수수색 현장에서는 변호인 등이 입회해 명시된 정보만 가져가는지 확인한다.

스마트폰도 이런 원칙에 따르면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PC처럼 세부적으로 정보를 선별하기 어려워 수사기관이 기기 자체를 가져가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일상을 함께 하는 기기라 보관된 정보도 많고, 자동저장기능으로 사용자도 모르는 정보가 저장되기도 한다. 구체적 파일명이 없거나 파일간 경계가 불명확해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걸러내는 게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저작권 한국일보] 수사기관의 디지털기기 증거분석 추이 - 송정근 기자/2019-11-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수사기관의 디지털기기 증거분석 추이 - 송정근 기자/2019-11-04(한국일보)

이 때문에 기기에 담긴 범죄 단서를 찾는 과정(디지털포렌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 수사당국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하고 싸워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렵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장인 조지훈 변호사는 “정보를 선별하려면 일단 압수된 정보를 다 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치심, 모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의자 측에서 해당 정보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고 의견을 제시해도 수사당국이 압수 대상이라고 하고 가져가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괜히 밉보였다가 다른 약점이 잡히는 게 아닌 지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내 휴대폰이 통째로 털린다’는 불안감은 여기서 생긴다.

그렇기에 일정한 선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을 법원과 검찰이 명백히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공익과 피의자 인권 보호라는 사익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며 “법원이 일관된 영장 발부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예외일 수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기에 검찰 스스로도 수사 중 명백한 사생활 침해 사태가 있을 경우 검사들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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