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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을라’ 말 아끼는 여권… 한국당은 “윤석열로 조국 물타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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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을라’ 말 아끼는 여권… 한국당은 “윤석열로 조국 물타기냐”

입력
2019.10.12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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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풍 맞을라’ 말 아끼는 여권… 한국당은 “윤석열로 조국 물타기냐” 격앙 

 靑 “확인할 사안이 더이상 없다” 이인영 “답할 상황 아냐” 몸 낮춰 

 한국당 “조국 물타기” “상식밖 음해” 비판하면서도 특검 가능성 열어둬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와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와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은 11일 ‘윤석열 검찰총장 접대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실상 침묵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종일 “사실 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청와대도 “알지 못 한다” “논의된 바 없다”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실 관계에 따라 여권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극도로 경계한 반응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윤 총장의 힘을 빼 조국 법무부 장관을 겨누는 검찰의 칼끝을 무디게 하려는 것이라며 보도의 배후에 여권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 확인할 사안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인 윤중천씨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음에도, 검찰이 조사 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윤 총장 의혹 보도와 관련해 거듭 발을 빼면서도 대검이 ‘이러한 근거 없는 음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바도 있다’고 공지한 데 대해서는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석의 여지가 큰 발언이다. 당장 ‘대검의 공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모르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이날 늦게 조 장관 측이 “당시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점검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입을 굳게 닫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국회예산정책처 설립 16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국회예산정책처 설립 16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민주당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윤 총장 접대 의혹) 기사를 불신한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볼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걸 파악 안 해볼 순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대구지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하려는 기류가 역력했다. 조국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연일 윤 총장과 각을 세웠던 탓에,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여권이 윤 총장 낙마를 위해 흠집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지고 있던 터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보도된 내용 만으로도 검찰의 수사권 독점권의 폐해가 확인된 게 아니냐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문제를 이슈화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컸다. 여권이 조직적으로 윤 총장 흠집내기에 나선 것으로 비춰질 경우, 자칫 조국 사태로 이반한 민심을 더욱 자극해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염려가 컸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도 현 시국에 이런 보도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걸로 안다”며 지레 선을 긋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당은 윤 총장 의혹을 “조국 물타기 공작”으로 규정하고 “조폭집단 식 압박” “궁색한 삼류소설” 등에 빗댔다. 다만 한국당은 윤 총장을 특검에 올릴 가능성도 열어 두는 신중함도 보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문재인 정권 사법농단 규탄 현장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드디어 윤 총장에 대한 흠집내기가 시작됐다. 윤 총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을 한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무엇을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국 일가 한 명을 구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이 정권의 비열함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가 있다면 조 장관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윤 총장에 대해서도 특검을 하자”고 했다.

당 안팎에선 윤 총장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 몰아가는 발언이 이어졌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국 수사를 시작하니 (여권이) 자신들이 지지했던 윤 총장에 대해 상식 밖 음해를 하고 있다”며 “좌파 언론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니 그들이 확실히 조폭 집단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홍 전 대표는 “윤중천 별장 성접대 사건은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있었던 검찰 고위직에 대한 성접대 사건”이라며 “당시 초임 부장급 검사에 불과했던 윤 총장이 차장검사급 이상의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냐”고 보도를 반박하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참 치사하고 궁색하고 통속적인 ‘3류 소설’같다”고 비판했다.

11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19년 대구·부산 고등검찰청, 대구·부산·울산·창원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환섭 대구지검장이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여 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 윤중천씨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에 "윤중천이 윤석열을 안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11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19년 대구·부산 고등검찰청, 대구·부산·울산·창원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환섭 대구지검장이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여 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 윤중천씨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에 "윤중천이 윤석열을 안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한국당은 특히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와 윤 총장 보도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청와대 의중을 무시하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자 보도로 낙마했으며, 당시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있었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국당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2013년 당시 침묵한 채 전 총장과 의혹을 즉각 반박한 윤 총장의 반응이 다른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윤 총장 의혹 띄우기에 나서지 않는 걸 보면 보도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런 점에서 ‘의도’가 분명한 보도”라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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