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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 ‘직원 감싸기’ 불법 인정 감사결과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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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 ‘직원 감싸기’ 불법 인정 감사결과 감춰

입력
2019.10.09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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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계좌 4억원 무단 인출 사건, 자체 조사 금융실명제 위반 지적 

 법원 요구엔 “자료 없다” 쉬쉬… 사건 관련자 징계 없이 영전까지 

남편 돈 4억여원을 무단 인출한 직원의 비위를 인정한 농협중앙회 측 내부 감사자료.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남편 돈 4억여원을 무단 인출한 직원의 비위를 인정한 농협중앙회 측 내부 감사자료.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농협 직원이 남편 계좌에서 4억여원을 무단 인출한 사건이 검찰 조사에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에 앞서 농협 측이 자체 감사를 통해 불법 행위로 판단한 내부 문건이 뒤늦게 확인됐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을 사실상 인정한 내부 감사결과보고서는 검찰의 불기소 결론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 측은 피해자와의 소송에서 감사결과에 대한 재판장의 문서제출명령에도 “자료가 없다”며 제출을 거부했으며, 사건 관련자를 징계는커녕 영전까지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 광주사무국으로부터 제출 받은 남광주농협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농협 측은 남광주농협 직원 박모씨가 2017년 10월 남편 류모씨의 농협 계좌에서 4억2,000만원을 몰래 빼돌린 사건과 관련해 2018년 2월 7~9일 사흘간 해당 지점 조사에 착수했다. 앞선 1월 류씨가 박씨 등 농협 직원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하고서다.

농협 측 감사 결과, 박씨는 남편 계좌 예금을 남편의 동의 없이 만기 해지한 당일 자신의 계좌로 1억2,000만원을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닷새 뒤에는 남편 명의로 자유적립적금 계좌를 임의로 만들어 나머지 3억원을 넣은 뒤 다시 자신과 친동생 계좌에 절반씩 넣는 복잡한 무단 이체를 했다. 이를 두고 감사팀은 박씨를 “배우자 동의나 위임절차를 구하지 않고 남편 계좌를 중도해지했다”고 문제 삼았다. ‘금융실명제 하에선 예금 명의자를 진정한 예금주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인용하면서 ‘본인 동의나 위임 없이 중도해지 등을 요청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금 중도해지 업무시 인감 대조는 물론, 해지 희망자의 본인 여부 등을 신중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명시했다. 박씨의 상사인 이모 과장과 김모 지점장에게도 무단 인출 사태와 관련한 결재책임의 잘못을 함께 물었다.

농협 측은 이처럼 감사를 해놓고도 류씨와 맞선 예금반환청구 소송에선 “감사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감사결과를 법원에 내놓지 않았다. 광주지법은 2018년 6월 피해자인 류씨가 4억2,000만원과 별개로 5,000만원의 무단 인출 피해를 복구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남광주농협과 농협중앙회 광주사무국 등에 감사결과 문서제출명령을 내렸으나 농협 측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최종보고서 작성을 보류했다”며 문건의 존재를 부정했다. 하지만 내부 감사결과는 검찰 무혐의 처분 논리와 달리 남광주농협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을 인정한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제출 거부 이유를 댄 셈이다.

무단 인출 건을 수사한 광주지검은 같은 해 9월 박씨 등에 대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증거 부족”으로, 해지 전표 작성에 관한 사문서 위조 혐의를 “남편의 묵시적 동의”를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류씨의 항고도 올 6월 기각됐다. 농협 측이 류씨의 문제제기에 실명법 위반을 인정하며 4억2,000만원을 돌려줬음에도 박씨 등은 처벌을 면하는 사건 처리가 된 것이다.

농협 측의 감사결과에도 비위 관련자는 지금껏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되레 영전까지 한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박씨는 다른 지점으로 자리만 옮긴 채 과장대리로 계속 근무 중이며, 이 과장은 사고 지점에서 그대로 근무하며 차장이 됐다. 당시 김 지점장은 감사와 총무, 기획을 총괄하는 요직인 남광주농협 본점 상무로 영전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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